5월 들어 불과 20일 만에 한국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반도체 한 품목이 전체 수출의 41%를 넘게 차지하는 이례적인 구조 속에서, AI 투자 붐이 실제 무역 통계로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관세청이 2026년 5월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62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0.4% 증가한 수치로, ‘1∼20일 기준’ 역대 최대치다. 직전 기록은 2026년 3월 1∼20일의 543억달러였으며, 석 달 만에 경신됐다.
조업일수(15일)가 전년(14일)보다 하루 많은 점을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도 41억3천만달러로 49.7% 증가했다. 수출에서 수입(445억달러)을 뺀 무역수지는 175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전체 수출의 41%…AI 서버가 쏘아 올린 숫자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이번 수출 급등을 사실상 주도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25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8.4% 급증했으며, 이 역시 ‘1∼20일 기준’ 역대 최대치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1.2%로, 전년보다 18.3%포인트 상승했다.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도 293.3% 급증했는데, 관세청은 AI 서버용 SSD 수요 확대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승용차(+2.3%)와 석유제품(+39.0%)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이 51.9% 증가한 것도 주목할 대목으로, 업계에 따르면 이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차세대 공정 투자 확대를 보여주는 선행지표다.
‘중국·미국·대만’ 주요국 수출 일제히 급증…지정학 리스크도 부각
국가별로는 주요 시장이 일제히 증가했다. 대만이 103.6%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중국(86.9%), 베트남(75.5%), 미국(53.9%), 유럽연합(13.6%) 순이었다. 중국·미국·베트남 상위 3개국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0%로 절반에 육박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대만과의 교역 급증(수출 +103.6%, 수입 +33.8%)을 TSMC 등 대만 파운드리와의 반도체 소재·장비 교류 확대로 읽는다. 동시에 중국 수출이 86.9%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와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증가 속 ‘반도체 편중’ 구조 우려도 공존
수입 측면에서는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19.9% 증가했다. 다만, 원유 수입액은 고환율과 중동 전쟁 영향 속에서도 전달 같은 기간(60억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54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출 폭증이 에너지 수입 부담을 상쇄하며 대규모 흑자를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전체 수출의 41.2%를 반도체 단일 품목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AI 사이클 둔화나 유가 급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한 한국 경제의 민감도가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