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0% 이상 급등하며 ‘세계 최고 성과 시장’으로 떠오른 코스피에 과열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익스포저를 줄이고 파생상품 방어막을 쌓는 등 포지션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신중론으로 바뀌고 있으며,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이 과밀 거래 축소와 헤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상장된 한국 대표 주식형 ETF인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는 6월 5일 미국 시장에서 하루 만에 14% 급락했다.
버핏지수 260%, 주요국 중 ‘최고 과열’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도로 올해 90% 이상 상승하며 시가총액 기준 한때 인도를 제치고 세계 6위 증시에 올랐다. 두 종목은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고, 코스피 지수는 5일 장중 한때 7% 하락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버핏지수(시가총액÷명목 GDP×100)는 2026년 5월 기준 260.71%로 집계 이후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225.9%)과 일본(239.95%)을 모두 웃도는 수준으로, 버핏지수만 놓고 보면 한국 증시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총액 과열’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지펀드는 파생상품 방어막 쌓는 중
싱가포르계 헤지펀드 골든 호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이링 옹 운용 파트너는 “지난 몇 주에 걸쳐 익스포저를 조금씩 줄이고 파생상품 보호 장치를 겹겹이 쌓아왔다”며 “이달 스페이스X 상장을 포함한 대형 IPO들이 순환매를 야기할 수 있어 실탄을 비축해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영국의 M&G 인베스트먼츠도 AI 공급망 전반으로 투자를 다각화하기 위해 메모리·파운드리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탄비르 산두 글로벌 수석 파생상품 전략가는 “논쟁은 코스피 스토리가 여전히 매력적인지 여부가 아니라, 수익 일부를 회수하지 않고서 어떻게 투자를 유지하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EWY 옵션 거래 수요가 상승 익스포저에서 하락 방어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심리 변화를 뒷받침한다.
외국인 119조 원 이탈…개인이 물량 받는 구조
글로벌 펀드들은 올해 사상 최대인 760억 달러(약 119조 원)를 회수했으며, 지난 한 달간 매 거래일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매도 물량을 변동성이 큰 개인 투자자들이 대부분 흡수하면서 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 5월 기준 36조 4,698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달해, 레버리지에 기반한 개인 매수세가 하락 전환 시 반대매매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신중론이 곧 약세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한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8.6배로 5년 평균치(10배)를 밑돌고, 대만 증시(약 20배) 대비 저평가 상태다.
가마 에셋 매니지먼트의 라제에프 데 멜로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랠리 속도가 현기증 날 정도지만, 이런 시장에서는 랠리를 계속 두고 보는 게 낫다”며 “지금 빠져나가면 조정이 오지 않을 경우 나중에 재투자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버의 스테판 마르탱 아시아 파생상품 기관 영업 책임자는 “반전이 올 경우 시장이 다소 불안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해, 강세론과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