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으로 민생 직격탄
李 ‘이례적 속도전’ 지시
최대 20조원… 적자 없이 가능

“밤을 새서라도 신속하게 편성해달라.”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례적인 속도전을 주문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이 민생을 직격하자, 통상 한두 달 걸리는 추경 절차를 대폭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결국 추경 편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위기일수록 재정의 신속한 투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처음 추경을 공식화한 지 이틀 만에 실행 속도를 최고 단계로 끌어올렸다.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국제유가 급등이 소비자물가, 산업 원자재 수급, 소비·투자 심리까지 연쇄 타격을 가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어렵게 맞은 경제 회복 흐름도 약화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적자국채 없이 10~20조 조달… “세수 호황이 기회”

정부가 구상 중인 추경 규모는 10조원을 넘어 최대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초과 세수로 전액 충당할 수 있다”며 적자국채 발행 없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법인세가, 주식시장 활성화로 거래세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업계 전문가는 “기존 정부 계정 내 재조정만으로 10~20조원 규모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추경 자금은 취약계층 유류비 직접 지원, 유류세 인하, 석유 최고가격제 보상금, 화물차·대중교통·농어업 유가 보조금 등에 투입된다.
이 대통령은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확대도 함께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동발 원유 쇼크… “한두 달이 고비”

이 대통령이 이례적 속도전을 지시한 배경에는 중동 사태의 장기화 우려가 깔려 있다.
정부는 당초 1월 말 문화예술 분야 추경을 언급하며 시점을 유보했으나, 3월 들어 전쟁 국면이 격화되자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중동 상황 지속으로 국제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유가 상승, 원재료 수급 여파로 민생 경제, 산업 전반에 우려가 커진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실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주말 없이 위기 대응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직원이 병원에 입원할 정도라고 들었다”며 “정원 규정을 고쳐서라도 인력을 보강하라”고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정치권 ‘표심용’ 비판 vs 업계 ‘골든타임 사수’ 평가

추경 속도전을 두고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야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노린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쟁이 단기에 종료될 경우 대규모 추경이 과도할 수 있다”며 유가 충격 지속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중론을 펼쳤다.
반면 산업계는 대체로 환영 기류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소·중견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신속한 재정 지원이 생존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다각도로 총동원해 신속하고 정교하게 집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