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 숨을 돌리는 듯했던 자영업자의 빚 부담이 다시 임계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른바 ‘3고(高)’ 환경 속에서, 제때 갚지 못한 연체 빚이 한 분기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3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금액은 총 14조6천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6천억원(12.6%) 증가했다. 2025년 4분기에 4.1% 감소하며 집계 시작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으로 줄었던 연체금액이, 한 분기 만에 다시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다.
대출 증가분 전부 2금융권에서 발생…고금리 의존 심화
1분기 개인사업자 총 대출 잔액은 732조2천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약 3조원(0.4%) 늘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증가분 3조원 전부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299조원)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대한 의존도가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연체금액 구조도 심각하다. 전체 연체 14조6천억원 중 비은행권 연체가 11조9천억원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금융채무불이행(90일 이상 연체) 상태에 놓인 개인사업자 수는 2022년 6만7천900명에서 2025년 말 12만1천100명으로 3년 사이 약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데이터 강예원 데이터 총괄은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금액이 한 분기 만에 다시 증가로 돌아선 점은 경영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매출보다 빠른 비용 상승…이익률 뒷걸음
매출 지표도 좋지 않다. 1분기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4천258만원으로 1년 전보다 1.89% 늘었지만, 같은 기간 비용 지출은 3천259만원으로 3.36% 증가해 매출 증가율을 앞질렀다. 그 결과 평균 이익은 999만원으로 2.63%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23.5%로 전년 대비 1.09%포인트 하락했다.
업종별 온도차도 극명하다. ‘두바이쫀득쿠키’ 등 SNS발 디저트 열풍에 힘입어 카페(+7.2%)와 베이커리·디저트(+11.4%) 매출은 크게 늘었다. 반면 숙박·여행서비스업(-4.9%)과 예술·스포츠·여가 업종(-5.1%)은 4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하며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 총괄은 “소비자들이 여가 관련 지출을 줄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 심리 위축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성과급도 상권엔 ‘그림의 떡’…50만 폐업 사업장 빚은 그대로

수출 대기업의 호황이 내수 자영업으로 좀처럼 번지지 않는 현상도 수치로 확인됐다.
KCD가 SK하이닉스 본사 인근 경기 이천시 일대 점포 486곳을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초 초과이익 성과급이 지급됐음에도 1분기 해당 상권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0.8%에 그쳤다. 2025년 연간 매출 증가율 5.6%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외식업 매출은 오히려 1.1% 감소했다.
한편 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장 360만8천곳 중 폐업 상태로 분류된 곳은 50만1천개(13.9%)로, 이들의 평균 대출 잔액은 6천435만원, 평균 연체금액은 742만원에 달했다. 영업을 접었어도 빚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