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사전 수요만 1,500억 달러로 공모 예정액(750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상황이다.
그러나 45년간의 미국 IPO 데이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장 첫날 시장가로 진입한 투자자 대부분은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에 뒤처졌다는 통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모가 배정받은 소수 vs. 시장가로 산 다수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재무학 교수 제이 리터는 1980년부터 2024년까지 45년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약 9,300건의 IPO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9% 상승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첫날 종가로 매수해 3년간 보유했을 경우, 수익률은 시장 평균보다 약 21%포인트 낮았다. 매출 5억 달러 이상 대형 IPO로 범위를 좁혀도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날 공모가 대비 상승률이 10%에 그쳤고, 3년 보유 시 시장 평균 대비 약 4%포인트 밑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구조가 발생하는 이유를 지목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공모가로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고, 거래가 시작된 뒤에야 매수할 수 있다. 그 시점에는 이미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 있다는 설명이다.
750억 달러 공모, 지분은 고작 5%
스페이스X는 이번 IPO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750억 달러(약 112조 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후 목표 시가총액은 약 1조 7,700억 달러(약 2,740조 원)다.
그러나 시장에 풀리는 지분은 전체의 약 5%에 불과하다. 2025년 12월 비상장 지분 거래에서 기업가치가 약 8,000억 달러 수준으로 거론됐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여 만에 밸류에이션이 두 배 이상 뛰는 셈이다. IPO를 앞두고 스페이스X는 5대1 주식 분할을 단행해 주당 가격을 526달러대에서 약 105달러로 낮추며 개인 투자자 접근성을 높였다.
이번 공모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최대 30%로 알려졌다. 통상 한 자릿수에 머무는 일반 배정 관행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시장에서는 평가한다.
글로벌 자금 블랙홀…코스피도 충격파
스페이스X IPO의 파급력은 이미 글로벌 증시에서 감지되고 있다. 6월 초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 8.29% 폭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고, 국내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 청약 자금 마련을 위한 글로벌 차익실현 매도가 주된 압박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공모 규모 750억 달러는 사실상 다른 자산에서 빠져나오는 돈”이라며 “IPO 전후로 신흥국 증시와 성장주에 대한 매도 압력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스페이스X가 2025년에 7조 5,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2조 달러에 육박하는 밸류에이션이 성장 스토리를 지나치게 선반영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리터 교수의 연구를 인용한 WSJ은 “IPO는 소수에게만 행운을 주며,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행운을 빌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역대급 상장이 열리는 이면에, 45년치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은 냉정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