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가 역대 최고”라고 자평하는 사이, 미국 시민들의 평가는 정반대를 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아버지의 날’을 맞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기록적인 일자리 수와 주식시장, 경제는 역대 최고”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발표된 여론조사는 전혀 다른 민심을 보여준다. NPR·PBS뉴스·마리스트가 6월 8∼11일 성인 1,3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용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이는 임기 중 최저치일 뿐 아니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경제운용 지지율 최저치(3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반대 응답은 60%였으며, 무당층에서는 65%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용에 반대했다. 핵심 지지층인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22%가 반대 의견을 표명해, 내부 균열의 조짐도 감지된다.
전쟁이 키운 인플레이션, ‘공약’을 되돌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물가를 낮추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이란 군사 충돌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구조가 형성됐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최근 3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품 가격은 1년 전보다 3.1%, 에너지 가격은 거의 4% 올랐다. 연준이 기준금리 결정 시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역시 4월 기준 전년 대비 3.8% 상승하며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이란 군사 충돌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 AI 투자 열풍 등이 동시에 맞물리며 미국 경제가 ‘복합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유가 상승이 에너지·식료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서민의 실질 구매력을 갉아먹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갤런당 4.49달러, 그리고 종전 MOU
미·이란 갈등이 고조되던 5월 중순,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49달러(리터당 약 1,816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양국 간 예비 합의가 이뤄지면서 6월 18일 기준 갤런당 3.99달러(리터당 약 1,614원)로 내려왔으나, 여전히 고물가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임시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 재앙”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석유 공급 차질과 세계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유력 매체들은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전략비축유(SPR) 감소 등 경제·에너지 리스크에 밀려 합의를 서둘렀다는 비판적 시각을 함께 전하고 있다.
‘두 개의 경제’…주가 호황과 생활비 악화의 공존
트럼프 대통령이 자화자찬하는 지표들이 완전히 허구는 아니다. AI 투자 열풍과 방산·에너지주 강세 속에 미국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401(k) 퇴직연금 잔고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경제 성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 호황이 자산 보유층에게 집중되는 반면, 고물가·고에너지 비용은 저소득·중산층 가계를 직격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가·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경우, 2026년 중간선거에서 생활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