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취임 직후,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강한 고용 지표와 인플레이션 재확산이 맞물리며 시장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70% 수준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욱 주목된다.
“금리 인상은 성공을 망치는 것”… NBC 인터뷰서 직접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방송된 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금리 인상은 성공을 망치려는 시도”라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촉구했다. 그는 “경제가 잘 돌아가는 나라에 금리를 즉시 인상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않고, 오히려 인하해 성장을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연 3.50~3.75% 수준인 기준금리를 ‘1%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1%포인트 인하 시 6,000억 달러의 이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임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해서는 금리를 빠르게 낮추지 않았다며 ‘멍청이’, ‘바보’라는 표현까지 쓰며 압박했다.
고용 강세·물가 재확산… 연준이 처한 딜레마
이번 발언의 배경에는 복잡하게 얽힌 거시경제 지표가 있다. 미 노동부는 5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7만2,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다우존스 집계 기준 8만 개)를 두 배 이상 웃돈 수치로,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를 줬다.
동시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가 상승하며 물가 재상승 압력도 커지는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말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상할 가능성은 약 70% 수준으로 추정됐다. 연준은 올해 들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상태다.
워시 연준 첫 FOMC… ‘매파적 동결’ 가능성 거론
워시 의장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백악관의 지시를 따르는 꼭두각시가 되지 않겠다”며 연준 독립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상원은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인준안을 가결했으며, 워시 의장은 5월 22일 공식 취임 후 오는 16~17일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연준 내부에서도 긴축 목소리가 나온다. 베스 해먹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추세가 지속된다면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큰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현재 3.50~3.75%인 기준금리를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1% 이하로 낮추려면 최소 250bp 이상의 인하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인플레이션이 재확산하는 국면에서 이는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2%)와 정면 충돌하는 수준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첫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되 ‘필요 시 인상도 가능하다’는 매파적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연준이 정치적 압박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 글로벌 자본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FOMC는 상징성이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