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화인 줄 알았는데”… 뇌 MRI 찍은 의사들이 경고하는 ‘위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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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탓인 줄 알았는데
뜻밖의 연구 결과
지금 당장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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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감퇴에 관한 연구 결과 발표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수록 사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고, 방금 들은 이야기도 금세 잊어버린다. 흔히 ‘나이 탓’으로 여기는 기억력 감퇴 현상이 실제로 뇌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연구팀은 3,737명의 인지 기능이 정상인 성인을 수년간 추적해 1만343건의 MRI 스캔과 1만3,460건의 기억력 평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기존 통념을 깨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억력 저하가 단순히 해마 같은 특정 뇌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뇌 전역에 걸친 ‘광역 네트워크’의 약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뇌 조직 부피 감소와 기억력 저하의 상관관계가 뚜렷했으며, 평균보다 빠르게 뇌가 위축되는 사람일수록 기억 기능 쇠퇴도 급격했다.

해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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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감퇴에 관한 연구 결과 발표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13개 별도 연구 코호트를 통합 분석해 유럽과 북미 성인의 뇌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예상대로 기억과 학습의 중추인 해마가 가장 강한 영향을 미쳤지만, 피질과 피질하 여러 영역도 함께 관여했다.

주의력, 언어, 계획 능력을 담당하는 네트워크까지 기억 조직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버드 의대 마커스 노화연구소의 알바로 파스쿠알-레오네 박사는 “수십 개 연구 코호트를 통합해 뇌의 구조적 변화가 나이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고 기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가장 상세한 그림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보다 중요한 개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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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감퇴에 관한 연구 결과 발표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APOE ε4 유전자 보유자는 뇌 조직 손실이 더 빠르게 진행됐다. 하지만 기억력 감퇴의 일반적 궤적은 유전자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했는데, 이는 치료법 개발에 희망적 신호다.

파스쿠알-레오네 박사는 “인지 저하와 기억 상실은 단순히 노화의 결과가 아니라 개인의 소인과 나이 관련 과정이 결합된 발현”이라며 “같은 메커니즘을 공유하므로 유전자와 무관하게 동일한 치료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반복 MRI 검사로 비정상적으로 빠른 뇌 위축을 조기 감지하면, 수면 부족이나 우울증 같은 교정 가능한 요인을 구분해 개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기 개입이 핵심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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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감퇴에 관한 연구 결과 발표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타이밍’이다. 뇌위축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기억력 저하가 급격히 가속되는 비선형 패턴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중 뇌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시작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단일 스캔만으로는 개인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 혈액 바이오마커 등 다중 지표를 종합하는 임상 도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스쿠알-레오네 박사는 “기억력 감퇴는 한 영역이나 한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뇌 구조의 광범위한 생물학적 취약성을 반영한다”며 “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고 평생에 걸친 인지 건강을 지원하는 정밀하고 개인 맞춤형 개입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상 활동을 방해할 정도의 기억 문제가 생겼을 때는 임상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 전에 생활 습관 개선으로 뇌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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