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세 백발 노병이 전선을 지키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독일 예비군 협회가 예비군 연령 상한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끌어올리자는 공식 제안을 내놓으면서 유럽 안보 지형에 강한 파문이 일고 있다.
바스티안 에른스트 독일 예비군 협회장은 4월 21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국방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려면 예비군 연령 상한을 70세로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사회 전반의 정년퇴직 연령이 상승하는 추세를 들며, 건강을 유지하는 고령층의 풍부한 경험을 군사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제안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다. 현재 독일 연방군이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실질 예비군은 약 6만 명에 불과하며, 2035년까지 20만 명을 채우려면 14만 명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극약 처방이다.
2011년 징병제 유예가 남긴 공백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유예하며 군 규모를 대폭 축소했고, 이 결정이 10년 뒤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안보 위협이 현실화되자, 독일은 뒤늦게 군 재건이라는 방향 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군 재건 계획은 2035년까지 현역 병력 26만 명, 예비군 20만 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행 65세 연령 상한과 느슨한 훈련 제도 아래에서 이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로 평가받고 있다.
고용주 동의 요건, 또 다른 장벽
에른스트 협회장은 연령 상한 문제와 함께, 예비군 소집을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도 즉각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독일 제도에서는 예비군이 군사 훈련에 참가하려면 고용주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하며, 고용주가 업무 공백을 이유로 반대하면 훈련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협회 측은 예비군 본인의 자발적 의사가 확인될 경우 고용주가 이의를 제기할 권리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사 준비 태세의 걸림돌이 전장이 아닌 사무실 안에 있다는 셈이다.
유럽 자체 방위 압박…시간이 없다
독일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데는 국제 정치적 압박도 크게 작용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의 자체 방위를 강하게 요구해온 데다, 동유럽 국경의 불안감이 겹치면서 독일은 더 이상 느린 속도로 군을 재건할 여유가 없어졌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이 곧 발표할 새로운 군사 전략과 군 발전 계획에 70세 예비군 동원 방안이 어떻게 담길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청년층의 군 기피가 심화하는 가운데 고령층에서 방위 자원을 짜내야 하는 독일의 딜레마는, 유럽 전체의 병력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