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방공망을 떠받쳐 온 핵심 자산이 태평양을 건너 중동으로 이동 중이다. 사드 포대가 경북 성주에 자리를 잡은 지 약 10년, ‘붙박이 안보’라는 대전제가 단 한 번의 청문회 발언으로 산산조각 났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026년 4월 21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사드 탄약을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오산 공군기지로 옮기는 과정이 한반도에 소동을 일으켰다고 직접 밝혔다. 사드 시스템 본체는 한반도에 남아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핵심 탄약은 이미 다른 전장을 향해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 발언이 충격적인 이유는 단순한 장비 이동 사실 때문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방어 자산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구조적 현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레이더는 이미 중동에 있다…’미드나잇 해머’ 이후 복귀 없어
브런슨 사령관은 청문회에서 사드 구성 요소 중 AN/TPY-2 레이더를 이미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에 앞서 전방으로 파견했으며, 아직 복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2026년 3월 1일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용 레이더가 파손됐다는 사실은 한국에서 차출된 레이더가 중동 전장 한복판에 있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한다.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 발사대당 미사일 8발, AN/TPY-2 레이더 1기, 사격지휘통제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레이더와 탄약 없는 사드 포대는 사실상 빈 껍데기에 가깝다.

‘숫자가 아닌 역량’…미군이 밝힌 새로운 안보 공식
브런슨 사령관은 청문회에서 주한미군 현대화의 방향을 ‘규모가 아닌 역량 중심’으로 정의했다. 물리적 장비의 수량에 집착하지 않고 필요할 때 신속 전개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기동성을 미군의 새로운 표준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는 냉전 이후 굳어진 ‘주한미군 자산 영구 고정’ 개념이 공식적으로 폐기됐음을 의미한다. 2026년 3월 9일 워싱턴포스트가 한국 배치 사드 일부의 중동 이동을 보도하며 촉발된 불안이 결국 청문회 증언을 통해 사실로 굳어진 셈이다.
KAMD·L-SAM…한국이 증명해야 할 자립 방위의 무게
방공 자산의 공백을 메울 한국의 카드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고도화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전력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한미군 장비 반출 논란과 관련해 미국이 한반도에서 무기를 다른 곳으로 전개하더라도 우리 군이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에 대해서도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지르지 않아야 한다”며 군사적 준비 역량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미군 자산의 유연한 이동이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논의 역시 새로운 기준으로 재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산기지 소동이 던진 질문은 명확하다.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요동치는 지금, 한국은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체 방위력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