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WDS 2026에서
100조 잭팟 노린다
K-방산 전초기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제3전시장 입구가 ‘K-방산 전초기지’로 변했다.
8일(현지시간) 개막한 2026 국제방산전시회(WDS)에서 한국 방산업계 39개사가 마치 연합부대처럼 전시관을 배치하며 연간 100조원대 규모의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시장 입구부터 한화·HD현대·LIG넥스원·KAI 등 대기업이 스크럼을 짜듯 대형 전시관을 세우고, 중견·중소기업들이 그 주위를 에워싼 광경은 군영을 방불케 했다.
이번 WDS는 한국 방산의 새로운 수출 전략을 시험하는 무대다.

재작년 사우디에 천궁-II 중거리지대공미사일 4조원 수출로 신뢰를 확보한 한국이 이번엔 지상·해상·공중·미사일 방어를 아우르는 ‘통합 방위체계 패키지’를 들고 나왔다.
특히 사우디가 5년 내 국방 지출의 50% 이상을 현지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한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 방안까지 구체화하며 경쟁국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보라매(KF-21) 사업은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방산 수출이 국가 위상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정부 차원에서 확고해진 것이다.
대·중소 협력의 ‘연합작전’ 모델

한국 방산업계의 가장 큰 차별화 전략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연합작전’ 모델이다.
한화 방산 3사는 K9A1 자주포 실물 크기 모형과 함께 다목적레이다(MMR)를 처음 공개하며 지상무기의 ‘눈’ 역할을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3천600톤급 디젤 잠수함 장보고-III를, HD현대중공업은 사우디가 도입하려는 신형 호위함 5척 요구조건에 맞춘 6천톤급 HDF-6000 함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LIG넥스원은 천궁-II를 넘어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과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신궁(휴대용 지대공미사일)까지 다층 대공방어체계를 제시했다.

이날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부 장관도 LIG넥스원 전시관을 방문해 한국산 통합대공망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KAI는 올해 양산을 앞둔 KF-21과 전투기협업다목적무인항공기(SUCA) 4기 편대가 연계된 유무인 복합체계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4차산업혁명 이후 서방 진영에서 개발된 유일한 항공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위사업청·국방기술진흥연구소·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만든 통합한국관에는 중견·중소기업들의 홍보 부스가 자리했다.
대기업이 주계약을 따내면 중소기업들이 부품과 기술을 공급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전시장에서부터 구현한 것이다.
안규백 장관은 “대·중소 기업 협력 시너지를 높이 평가한다”며 “상생발전이 활성화돼 중소기업도 발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현지화 전략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

한국 방산업계는 사우디의 국방산업 현지화 정책에 부응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호위함을 단계별로 현지 생산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와 한국조선해양이 합작 설립한 IMI조선소를 활용해 초기엔 한국에서 설계·건조를 주도하다가 점차 현지 생산 비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페루 시마조선소 MRO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건조·사업관리 역량을 결합한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기술 이전과 현지 일자리 창출까지 고려한 전략이다. 사우디 투자부와 국내 기업 12개사가 현지 공급망 구축 MOU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산 전문가들은 “중동 국가들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시점에서, 기술 이전과 현지화를 제시하는 한국의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현대로템 전시관에는 샤완 마즈하르 알리 라완두지 이라크 국방부 2차관이 방문해 K2 전차에 관심을 보였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라크가 작년 11월 총선 이후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데, 내각이 꾸려지면 수주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우디를 넘어 이라크·UAE 등 중동 전역으로 수출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드론 경쟁 심화, 한국의 과제

이번 WDS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검증된 드론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이 다양한 제원의 정찰·공격 드론을 대거 선보이며 ‘가성비 게임체인저’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특히 한 중국업체는 드론과 드론을 무력화하는 재밍(전파교란) 장비를 함께 전시하며 ‘창과 방패’를 동시에 판매하는 전략을 펼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지상·해상·공중 무기체계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드론 분야에서는 중국·러시아에 뒤처져 있다”며 “차세대 전장 환경을 고려할 때 드론과 대드론 체계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AI가 제시한 KF-21과 SUCA의 유무인 복합체계는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한국 방산업계는 이번 WDS를 통해 중동 시장 선점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천궁-II 4조원 수출 성과를 기반으로 지·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방위체계를 제시하고, 대·중소 연합작전 모델로 산업 생태계 전체의 동반 성장을 도모한 점이 주효했다.
안 장관이 “선도국가로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관문”이라고 강조한 만큼, 이번 전시회 성과가 한국 방산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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