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를 바꾸면 70년 안보 체계가 흔들린다”…’조선’ 호칭이 건드리는 것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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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북한’이라 부를지, ‘조선’이라 부를지를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언어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안보 체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외신은 지난 5월 1일 보도에서 이 논쟁이 한국 헌법의 영토 조항과 평화공존 노선, 통일관이 얽힌 사안이라고 짚었다. 군사 대비태세에 미칠 파장은 국내 안보 분석과 전문가 우려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직접적 도화선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학술회의에서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용을 공론화한 데서 비롯된다. 한국정치학회는 지난 4월 29일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를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개최했으며, 이는 정부의 공식 공론화 과정의 일환으로 자리매김됐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칭 발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칭 발언 / 연합뉴스

헌법 제3조, 70년 안보 체계의 ‘주춧돌’

이 논쟁의 핵심에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가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은 북한 지역을 반국가단체가 불법 점거한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는 법적 근거다.

북한을 ‘조선’이라는 별개의 독립 국가로 공식 인정하는 순간, 이 헌법적 전제는 근본부터 흔들린다. 나아가 헌법 제4조의 평화통일 조항과 남북관계 관련 법률에서 다루는 ‘통일 지향 과정의 특수관계’ 틀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적대관계 완화 발언 장면
적대관계 완화 발언 장면 / 연합뉴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것은 북한식 두 국가론에 따라 북한을 동등한 별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공론화를 거쳐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명백한 위헌을 주장한다. 반면 김앤장 법률사무소 권은민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표기·식별의 문제”이며 외교관계 수립과 동일시할 수 없다는 반론을 펼친다.

군 대비태세에 드리우는 ‘혼선’의 그림자

명칭 변경 논쟁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직격탄을 맞는 곳은 군의 안보 영역이다. 북한이 정상 주권국가로 취급되면, 국방백서 등에 명시된 ‘주적’ 또는 ‘명백한 적’이라는 개념적 명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최고인민회의와 헌법 개정
최고인민회의와 헌법 개정 / 뉴스1

현행 체계에서는 반국가단체의 무력 도발에 대한 헌법적 수호 차원에서 강력하고 즉각적인 군사 대응이 법논리적으로 성립한다. 그러나 북한이 별개 국가로 규정될 경우, 국지전이나 무력 도발 발생 시 국제법상 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되어 독자적 군사 대응 수칙에 심각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군 내부의 정신 전력 교육과 대적관 확립에도 구조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말 한마디의 변화가 70년 안보 지형과 군의 존재 이유에 파열음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헌법 개정 언급 없는 회의
헌법 개정 언급 없는 회의 / 뉴스1

북한의 ‘두 국가론’이 만든 역설

이 논쟁의 뿌리는 북한이 2023년 말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있다. 북한은 스스로 남한을 ‘한국’ 또는 ‘대한민국’으로 호칭하기 시작했으며, 기존의 ‘북남관계’ 대신 ‘조한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한 대칭적 대응으로 호칭 변경 공론화를 추진 중이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상대의 실체를 인정할 때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평화적 공존의 공간을 넓혀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전략 목표가 바로 이 지점, 즉 대한민국 헌법 체계의 자기부정에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두 글자 ‘조선’을 둘러싼 논쟁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안보 체계 전반을 건드리는 구조적 사안이다. 헌법 제3조의 영토 조항, 군의 주적 개념, 그리고 대한민국의 통일 철학이 모두 이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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