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적금 가입했더니 받은 이자는 고작 2천원?”
금융사들의 미끼 상품에 소비자들 ‘허탈’

“이제 은행에 돈 맡겨봤자 남는 게 없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2%대로 주저앉으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연 4%대 금리를 제공하던 저축은행 예금 상품은 이제 3%도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02%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연 4%에 근접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연 2%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면 상품이 아니면 3%대 금리를 제공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상황은 더 심각하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2.90~2.95%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내린 이후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예금 금리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연 20% 적금’에 몰린 수십만 명… 알고 보니

예금 금리가 2%대로 떨어지자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고금리 적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연 10~20%에 달하는 고이율을 내세운 상품들이 쏟아지면서, 가입자가 몰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OK저축은행이 내놓은 ‘OK작심한달적금’은 연 20.25%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퍼지며 앱 접속 장애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고객이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세전 2579원(세후 2189원)에 불과하다.
30일간 매일 최대 1만 원씩 입금하는 구조로, 전체 납입액 대비 실질적인 수익률은 기대보다 낮은 셈이다.

또한 KB국민은행이 이달 초 출시한 ‘KB스타적금 Ⅲ’은 기본 금리 3%에 우대 금리를 포함하면 최대 6%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대 금리를 모두 적용받기 위해선 일정 금액 이상의 급여이체나 카드 실적 충족 등의 조건을 맞춰야 한다.
하나은행의 ‘달달하나적금'(최대 연 7%)이나 우리은행의 ‘우리페이 적금'(최대 연 7%)도 마찬가지다.
최고 금리를 받으려면 카드 사용 실적을 채워야 하거나, 이벤트 참여 등 복잡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고금리’ 숫자에 속지 말고, 실익 따져야

고금리 적금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표면적인 금리에 현혹되지 않고,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와 우대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은행이 출시한 ‘한 달 적금’ 상품들은 매일 일정 금액을 입금해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결국 한 달 동안 꾸준히 돈을 넣어도 받을 수 있는 이자는 몇천 원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적금 상품을 가입하기 전에 월 납입한도, 우대금리 조건, 실제 수령 가능한 이자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조건을 채우기 어려운 경우, 실질적으로 낮은 금리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연 10% 대의 높은 금리를 강조하는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자 혜택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은행의 마케팅 전략에 현혹되지 않도록, 상품 조건을 꼼꼼히 살피고 실질적인 이익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