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지켜온 육군의 전통인데…” 장병들 불만 폭주하자, ‘결국’

장병 93%가 “전투모가 낫다”
햇볕 못 가리는 베레모, 외면
2027년부터 전면 보급 전환 추진

혹서기마다 반복된 장병들의 불만이 결국 현실을 바꿨다. 육군의 전통적 상징이자 10여 년간 공식 군모로 자리했던 베레모가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이미 지난 9월부터 시범적으로 외출·외박 시 전투모 착용을 허용했고, 오는 2027년부터는 전투모 보급량을 늘리며 완전 전환을 꾀하고 있다.

불편한 ‘상징’, 결국 외면받다

육군이 베레모를 도입한 건 지난 2011년으로, 강인한 인상을 주고 정복 기능을 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실제 장병들 사이에서는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햇빛을 가리지 못하고, 열기를 배출하기 어려운 구조는 여름철 큰 불편을 초래했다.

한 육군 관계자는 “폭염이 계속되던 여름, 부대 문을 나서자마자 베레모를 벗는 장병들이 많았다”며 “기능적 한계가 분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육군이 8개 부대 장병 17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93%가 전투모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전투모로의 단일화를 찬성한 비율도 65%에 달했다.

예산 낭비·조달 문제도 ‘폐지’에 한몫

베레모는 전투모보다 단가가 비싸다. 1개당 가격은 6830원으로 전투모(6300원)보다 높다. 2024년 한 해 동안 베레모 조달에만 11억 원이 들었으며, 현재는 한 업체가 독점 생산 중이다. 이로 인해 공급 지연과 품질 문제도 잇따랐다.

베레모와 전투모를 병행 착용하면서 예산이 중복 투입되는 문제까지 겹치자, 군 내부에서는 효율성 논란이 커졌다.

육군은 지난달부터 외출·외박 시 베레모와 전투모를 선택적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1단계 시범 적용에 들어갔다. 오는 11월까지 이 결과를 분석한 뒤, 국방부에 군인복제령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장병 편의가 우선”…전투모 확대 보급

2단계 개편은 2027년부터 시행된다. 기본 군복 개정을 통해 전투모 보급량을 인당 1개에서 2개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로써 전투모가 명실상부한 ‘기본 군모’가 되는 셈이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모는 전투력보다 장병의 실질적 편의와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며 “현실을 반영한 개정과 함께, 육군의 상징성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대안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