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옆집도 벌써 샀대”… 불안감에 사라진 ‘2682조’, 한국 경제가 흔들린다

나만 뒤처질까 두려워
2,682조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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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회사 동기들은 다들 집 샀다던데, 우리만 계속 월세 살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8)는 지난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했다. 평소엔 부동산에 관심도 없었지만, SNS에 올라온 지인의 ‘계약 인증’ 사진을 본 순간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집값은 지금이 제일 싸다는 말처럼,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부랴부랴 구매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뒤처질 수 없다’는 불안이 개인의 선택을 움직이고, 결국 한국 사회 전반에 거대한 부채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소비 패턴의 변화가 아니라, 경기 회복까지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소외 불안’이 만든 비이성적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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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른바 ‘포모증후군(Fear Of Missing Out)’은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불안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이 증상에 시달린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는 분석이다.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강박, 주식을 안 하면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압박감이 투자 판단을 흐렸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자산을 매입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심지어 관심도 없던 분야에까지 빚을 내어 뛰어드는 일이 벌어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수도권 3040의 ‘영끌’, 소비 여력까지 갉아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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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끌 대출을 감행한 이들 중 절반가량이 수도권 거주자였으며, 이 중에서도 30대와 40대가 전체의 67.5%를 차지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부동산 상승 구간에서 이들이 가격 상승을 견인한 주역이 된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까지 병행했다. 접근 가능한 금융권에서 자금을 모두 끌어오다 보니 이른바 ‘대출 쇼핑’은 많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상환 부담은 커졌다.

소득에 비해 대출이 과도한 이들은 소비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는 경기 확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2682조 원의 부채, 경고음 울리는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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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약 2682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1309조 원이 가계 부채다. 전년 말 대비 122조 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부채가 단순한 숫자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가계 부동산 대출 중 정책금융의 비중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보다 정밀하게 적용해 이러한 흐름을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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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끌 차입자의 대부분이 DSR 50% 이하에서 대출을 받는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뒤처지지 않겠다는 강박이 집단적 금융 위험으로 확대됐고, 이는 소비 감소와 경기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개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금융 구조와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안이 불러온 경제 왜곡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보다 단단한 제도적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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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보’로 시작하는 기사 제목이 정말 식상합니다. 참신한 다른 표현으로 갈아 타시고 ‘여보’와는 이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