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감당을 위해 부부가 함께 뛴다
외벌이로는 버티기 힘든 현실
무자녀 부부도 증가세 뚜렷

“이젠 혼자 벌어선 못 살아”
도시 외곽의 한 아파트 단지, 주말임에도 일터로 향하는 부부들이 많다.
과일값, 채솟값은 물론, 전세금과 교육비까지 치솟는 요즘. 외벌이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버겁다는 한숨 섞인 현실이 ‘부부 2쌍 중 1쌍 맞벌이’라는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절반 넘은 맞벌이 부부, 600만 가구 돌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에 따르면, 전국 부부 중 맞벌이 비중은 48.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맞벌이 가구 수는 611만6천 가구에 달하며, 그중 주말부부처럼 떨어져 사는 ‘비동거 맞벌이’도 81만2천 가구나 된다. 전년 대비 9만1천 가구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폭의 증가다.
연령별로 보면 40~50대 부부의 맞벌이 비중이 55%를 넘어 가장 높았다. 30대 부부의 맞벌이율도 급증해 2022년 기준 50.1%를 기록했다.
특히 18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 중 맞벌이 비율은 56.8%로, 자녀가 어릴수록 맞벌이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자녀가 6세 이하인 경우에도 절반 이상(51.5%)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맞벌이 신혼부부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의 58.2%가 맞벌이 중이며, 결혼 1년 차에는 이 비율이 61.8%까지 치솟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비율은 줄지만, 여전히 외벌이보다 맞벌이 비중이 높은 추세다.
늘어나는 ‘딩크’ 부부…서울은 무자녀 비중 45%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과 동시에, 자녀 없이 사는 ‘딩크(DINK)’ 부부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10년 무자녀 부부의 특성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5~39세 맞벌이 부부 중 무자녀 비중은 36.3%에 달했다. 이는 2013년의 21.0%에서 15.3%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반면 외벌이 부부 중 무자녀 비율은 13.5%에 그쳤다. 이에 노동연구원은 “출산과 양육이 여전히 직장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무자녀 맞벌이 부부는 외벌이보다 월평균 소득이 많고, 저축 규모도 크지만, 자가 보유율은 오히려 낮았다.
이들의 주택 마련 목적 저축 비율은 유자녀 부부보다 1.7배 높았으며, 이는 높은 주거비가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의 경우 상황은 더 뚜렷하다. 2022년 서울 지역 무자녀 부부 비중은 45.2%로, 전국 평균인 27.1%보다 크게 높았다. 고공 행진 중인 집값이 젊은 부부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다.
외벌이의 종말? 현실이 만든 선택

맞벌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경제적 이유 외에도,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없는 사회 구조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을 망설이게 만든다. 특히 주거 안정성 부족과 보육 부담은 출산율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권익성 연구원은 “무자녀 맞벌이 부부에게 실질적인 주거 지원과,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