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속 허위 시세에 혼란
외부 사이트 유도 사기도 기승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 “결별로 물건을 싸게 내놨습니다” “폐업 정리 중이라 급매합니다” 등의 글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눈에 띄게 싼 가격과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상품이라는 설명에 혹한 이들이 몰려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전혀 달랐다.
실제 오픈마켓에서 시세를 검색해 보면 게시글에 적힌 것처럼 고가로 판매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후기나 평점이 전혀 없는 ‘허위 정보’인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글은 전국 곳곳에서 유사하거나 동일한 형태로 동시에 올라오고 있어, 일반 판매자가 아닌 전문 판매업자가 조직적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 동시다발, 정가보다 싼 ‘미끼’

최근 당근마켓 등에서는 ‘정리 판매’, ‘파혼으로 급매’라는 문구가 붙은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판매자는 종종 고가의 온라인 시세 화면을 함께 첨부해, 제품이 시세보다 현저히 저렴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해당 오픈마켓 페이지를 확인해보면 후기, 평점, 문의사항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허위 시세 조작이라고 지적한다.
이 판매자들은 네이버플러스스토어, 11번가 등에도 동일한 제품을 등록하되, 실제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로 설정한다. 이는 중고 거래 전에 소비자가 시세를 검색하는 행동을 노려 가격 비교를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포인트로 살게요”… 기묘한 신종 피싱 수법

단순한 저가 제품 판매를 넘어 신종 피싱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전북 전주의 한 피해자는 당근마켓에 명품 지갑을 올렸다가 ‘포인트 결제’를 제안받아 타 쇼핑몰에 가입한 뒤, 총 120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판매자는 포인트를 현금화하기 위해 은행 계좌를 입력하라고 유도했고, ‘계좌번호 입력 오류’ 등을 핑계로 반복 입금을 요구했다. 피해자는 결국 몇 차례에 걸쳐 돈을 보냈지만, 결국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은 개인정보를 언급하며 협박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물건을 빨리 팔고 싶어 하는 판매자의 심리를 노린 신종 사기”라고 설명했다.
평균 매출 5천만 원… 중고 거래도 ‘사업자’ 시대

전문 판매자의 수익 규모는 이미 사업자 수준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 중 수천만 원대의 수익을 올린 이들에게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문을 발송했다.
당근마켓을 포함한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 525명이 대상이었으며, 이들의 총 신고 매출은 228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중고 거래를 가장한 대규모 상업 행위가 늘어나면서, 당근마켓도 대응에 나섰다.
머신러닝 기반 감지 시스템을 도입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게시글이 다수 등록될 경우 노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신고 누적이나 자동 등록 프로그램 사용 시 계정을 영구 제재한다.
또한 외부 피싱 사이트 유도 시도는 자동 감지 기술로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당근 측은 “전국적으로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게시글을 집중 감시 중이며, 운영 정책에 따라 노출 제한과 제재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매 전 확인 필수, ‘저가’라는 말에 속지 말아야

중고 거래는 간편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있다. 게시글 속 가격이 실제보다 터무니없이 낮다면 반드시 시세 확인과 판매자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거래는 검증된 플랫폼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외부 사이트로 유도될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용자 입장에선 단순한 ‘득템’ 기회를 넘어서,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