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해양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승부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르면 오는 6월,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최종 수주자가 결정된다.
현재 캐나다가 보유한 잠수함은 1998년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빅토리아급 4척이 전부다. 노후화로 인한 가동률 문제로 실제 작전에 투입 가능한 함정은 단 1척에 불과하다.
여기에 북극해에서 러시아·중국 잠수함 활동이 급증하면서 캐나다 정부는 2024년 7월 CPSP를 공식화하고 이례적인 속도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프랑스·스페인·스웨덴 등 유럽 방산 강호들을 제치고 최종 2파전에 오른 것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다. 방산업계는 현재 수주 확률을 한국 대 독일 50 대 50으로 평가하지만, 세부 변수를 들여다보면 한국 쪽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납기 3년 단축, 검증된 플랫폼이 핵심 무기
한국이 내세운 첫 번째 카드는 압도적인 납기 경쟁력이다. 한화오션은 통상 9년이 걸리는 납기를 6년으로 단축해 2035년까지 선도함 4척을 인도하고, 이후 매년 1척씩 공급해 2042년까지 12척을 완납하는 일정을 제안했다.
캐나다 파트너사 PCL 컨스트럭션은 이 일정이 실현되면 기존 빅토리아급 유지보수 비용 약 10억 캐나다달러(약 7,140억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 번째는 실전 검증된 플랫폼이다. 한국이 제안한 KSS-III(장보고-III)는 현재 한국 해군이 실제 작전에 투입 중인 함정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결합해 3주 이상 잠수 작전이 가능하다. 최대 항속거리는 7,000해리(약 1만2,900㎞)로, 대서양·태평양·북극해 전역을 커버해야 하는 캐나다 해군의 요구에 정확히 부합한다.
6개 분야 망라한 산업 패키지가 승부수
세 번째이자 가장 주목받는 변수는 산업 패키지의 폭이다. 올해 1월 토론토에서 열린 한·캐나다 산업협력 포럼에서 한화그룹은 캐나다 기업 5곳과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선용 강재, 인공지능(AI), 위성, 위성통신, 첨단센서, 희토류까지 6개 분야를 망라한 구조다.
LIG넥스원은 수주 시 캐나다 현지에 어뢰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카드를 꺼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인프라 구축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한화오션이 구축한 현지 협력 파트너사만 35개에 달하며, 3월에는 캐나다 방산업체 커티스라이트와 KSS-III 예인선 처리 시스템 분야 장기 협력 계약도 추가로 체결했다.
이처럼 방대한 패키지 구조는 캐나다 정부가 핵심 평가 기준으로 내세운 ‘바이 캐네디언(Buy Canadian)’ 기조, 즉 현지 일자리 창출과 산업 기여도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방산업계는 이 협력망이 독일의 ‘현지 절반 건조’ 제안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인도네시아의 재현인가…6월 결판
독일의 설욕 의지도 만만치 않다. TKMS는 2019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주전에서 자신들이 기술을 이전한 한국에 패배하는 굴욕을 맛봤고, 이번 CPSP에서는 나토·EU를 동원한 ‘견고한 협력’ 기조와 현지 건조 파격 제안으로 설욕을 노리고 있다. 캐나다와 자동차·배터리 분야 협력 공동의향서를 한국보다 먼저 체결하며 선수를 친 점도 변수다.
정부 차원의 수주 외교도 전방위로 전개됐다. 1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캐나다 방문에 이어 2월 한·캐나다 2+2 장관회의, 그리고 같은 달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시찰과 잠수함 직접 탑승까지 이어지며 양국 간 신뢰를 높였다.
수주에 성공하면 최소 40조원 이상의 국내 생산 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이번 사업은, 6월 캐나다의 최종 결정과 함께 한국 해양 방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납기·플랫폼·산업 패키지 세 가지 우위를 앞세운 한국이 독일의 설욕 의지를 꺾고 ’60조 잠수함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