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조작됐어도 “이미 끝났는데 어떡해”… 고작 몇 분만에 정치권 ‘초토화’,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단 몇 분 만에 진실이 조작된다
민주주의 무너뜨리는 딥페이크
선거 끝난 뒤엔 대응도 소용없다

AI 기술로 조작된 영상 하나가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영상은 몇 분 만에 퍼져 나가고, 사실 여부가 가려지기도 전에 여론은 이미 움직인다.

딥페이크 기술의 악용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며, 내년에 진행될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공정성이 위협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선거가 끝난 뒤에는 조작을 밝혀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결과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 신뢰는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 딥페이크가 허문다

AI 기반 합성 기술, 이른바 ‘딥페이크’가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정치권을 겨냥한 조작 영상이 잇따르고 있다.

탄핵정국 당시에는 대통령 부부의 딥페이크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됐고,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은 얼굴을 합성한 영상으로 협박을 당했다.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는 현직 국회의원과 장관의 딥페이크 영상이 상영돼 논란이 됐다.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딥페이크로 인한 여론 조작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보안기업 라바웨이브는 “후보자 수가 많고 지역이 넓은 지방선거에서는 딥페이크 영상 유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법은 있지만, 현실은 ‘무방비’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 90일 전부터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유포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7년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거의 없다.

풍자 목적이거나, 딥페이크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법적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된 후 빠르게 확산돼, 사후 처벌로는 이미 형성된 여론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라바웨이브 측은 AI 기반 자동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람이 모든 영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빠르게 탐지하고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기술

딥페이크 기술은 단순한 허위 정보 문제가 아니다.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시키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며, 민주주의 제도의 신뢰를 훼손한다.

특히 한국처럼 SNS 이용률이 높은 환경에서는 조작된 영상이 급속히 퍼진다. 여기에 ‘딥보이스’ 기술까지 결합되면서 음성까지 진짜처럼 들리기 때문에, 영상의 진위를 구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정보에 취약한 고령층이나 특정 계층은 조작 영상의 주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의심’이 유일한 방패가 된 시대

전문가들은 딥페이크에 속지 않기 위해 몇 가지 기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눈 깜빡임이 부자연스럽거나, 입술 움직임이 음성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얼굴 윤곽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경우 등은 의심 신호다. 영상이 지나치게 짧고 빠르게 편집돼 있다면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한 출처가 공식 언론사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경우, 반드시 다른 매체와 비교해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AI 딥페이크 기술의 정치적 악용은 선거 공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법적·제도적 대응도 그 속도에 맞춰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와 선관위, 플랫폼 기업이 공동으로 AI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허위 정보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