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대박’은 있다
과천서 등장한 ‘10억’의 주인공

경기 침체로 분양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가운데, 수도권의 한 단지에서 ‘10억 원의 주인공’을 찾는 역대급 기회가 열렸다.
각종 규제와 미분양으로 좌초된 수많은 분양 프로젝트 속에서 홀로 빛나는 이 단지는, 주택시장의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숨겨진 ‘로또 청약’… 단 한 가구의 행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과천지식정보타운 S7 블록의 ‘과천그랑레브데시앙’ 신혼희망타운 1가구를 다시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LH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오는 9일 LH청약플러스에서 전용면적 55㎡, 발코니 확장까지 포함해 5억 원대 중반의 가격으로 청약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번 공급은 혼인 7년 이내인 신혼부부나 결혼을 앞둔 예비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 등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청약통장이나 소득·자산 기준, 당첨 이력 등은 심사에 반영되지 않으며, 당첨자는 추첨으로 결정된다.

‘과천그랑레브데시앙’은 이미 2023년 입주를 시작한 472가구 규모의 단지로, 공공분양 형태인 신혼희망타운만 280가구에 달한다.
인근의 ‘래미안슈르’ 전용 59㎡ 매매가가 최근 16억 4500만 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기회로만 1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수많은 청약 실패와 분양 미달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 단지의 청약 소식은 ‘줍줍’ 열풍에 다시 불을 붙였다.
청약시장 양극화… 서울만 흥행, 지방은 미분양

이렇듯 단 한 채의 ‘로또 분양’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시장 전반의 양극화가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전국 민영 분양 아파트 단지 43곳 중 1순위 마감을 기록한 곳은 17곳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 강남권이나 공공택지 등 일부 지역에서는 경쟁률이 수십 배를 넘나드는 양극화 현상이 여전히 두드러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대선 이후로 분양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공급량은 전년 대비 2만 가구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과 일부 공공택지를 제외하면 지방 아파트의 미분양이 해소되기 어렵다”며 “양극화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제도 미비가 만든 불공정… 무순위 청약의 허점

이런 상황에서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교통부가 2월에 마련한 개편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무주택자보다 다주택자나 투기세력이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기회를 앗아간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규개위에 안건이 밀려 심사가 지연 중”이라며 “심사와 법제처 자구심사가 끝나는 대로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순위 청약 개정 전까지는 투기세력 유입을 막기 어렵다”며 “현재 청약 시장의 불안정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 봇물 이어지지만… 지방은 여전히 암울하다

정치적 변수 또한 청약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대선 이후 건설사들은 분양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나, 지방 시장의 부진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선거 기간에는 청약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5월 예정 물량 중 상당수가 6월 이후로 연기됐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과 서울의 청약 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반면, 지방 아파트는 미분양 해소가 더딜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이외 지역은 미분양 걱정에 청약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선 이후 규제 완화나 시장 변화에 따라 일정이 계속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제도 개편 지연과 분양시장 양극화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지방의 미분양을 비롯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과 수도권의 ‘줍줍 청약’에만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