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부모·자녀 돌봄에 노후 준비까지
중년 8명 중 1명, 이중 부담 시달려
사회보장제도 미흡…불안감 커진다

“자식도 부모도 챙겨야 하는데, 내 노후는 언제 준비하죠?”
한국 중년층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마디다. 가족 돌봄과 노후 준비라는 두 가지 짐을 동시에 짊어진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최근 발표한 ‘중년의 이중과업 부담과 사회불안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45~64세 중년층 중 12.5%는 가족 돌봄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다.
즉, 중년 8명 중 1명은 부모 부양과 자녀 돌봄에 시간을 쏟느라 정작 자신의 미래를 챙기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40~50대, 가장 큰 부담 호소

보사연이 전국 35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 돌봄 부담을 경험한 중년층은 26.7%에 달했다. 또,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도 43%에 이르렀다.
특히 40~50대가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했다. 베이비붐 세대(1958~1974년생)와 X세대(1975~1977년생)를 비교했을 때, 돌봄 부담과 노후 준비 부족을 동시에 겪고 있는 비율은 X세대가 가장 높았다.
세대가 젊어질수록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중과업 부담은 남성, 40대 중후반,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경험이 있는 사람, 실업 상태이거나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반면,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고, 상용직에 종사하며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는 이러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사회적 안전망 부족…불안감 키운다”

연구에 따르면, 중년층의 76.2%는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불안감의 배경에는 부족한 사회보장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연구팀은 “중년층은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데, 이를 지원할 사회적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며 “이중과업 부담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더 큰 격차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 중년층이 짊어진 부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사회보장정책 확대와 함께 중년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년의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는 곧 미래 세대에도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니까 기업이 살아나야 나라도 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