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검토에 직원들 불안 증폭
철강업계 구조적 위기에 현대제철 ‘비상’

“가족을 위해서라도 회사를 나갈 순 없습니다.”
현대제철 직원 A씨(45)는 14일 발표된 희망퇴직 검토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회사가 생존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이날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공식화하며 전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국내외 철강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조치”라며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현대제철,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지다

현대제철이 이처럼 극단적인 생존 전략을 꺼내든 것은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건설경기 침체로 철근과 봉형강 등 주력 제품의 수요가 급감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산 저가 철강재가 20~30% 저렴한 가격에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가격 경쟁이 격화됐다.
국산 판재 가격은 2023년 평균 톤당 117만 5000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2만 7000원으로 하락했다. 주요 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도 타격을 줬다. 지난 12일부터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됐다.

현대제철은 미국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조치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갈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임금 협상에서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은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올해 1월 발표된 현대제철의 2024년 매출액은 23조 22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144억 원으로 60.6%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72.2%나 감소한 1232억 원에 그쳤다.
희망퇴직도 저조… 기대와 다른 결과

위기를 견디다 못한 현대제철이 희망퇴직을 추진했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포항공장에서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기술직 근로자 1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전환 배치 신청을 받았으나,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반면, 충남 당진제철소 박판공장으로 전환 배치를 신청한 근로자는 80여 명에 달했다. 직원들은 차라리 다른 공장에서라도 계속 일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회사 측이 기대했던 희망퇴직 신청자가 적었던 만큼,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당진제철소 역시 인력 적체가 심각해, 전환 배치 신청자 수용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편, 포항공장은 이미 2공장 가동을 축소한 상태이며, 1·2공장에서는 매달 80억~9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철강산업 전반에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국내 철강업계 전체가 중국발 저가 공세와 미국발 관세 폭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철강 수입품의 우회 덤핑을 차단하고, 원산지 증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철강 통상 및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으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착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역시 올해 하반기 건설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글로벌 고객사 비중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체제 구축에 나설 계획이지만, 단기간 내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산업의 구조적 개선 없이는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국내 철강업체 전반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힘이강하면 나라가
망한다 한국은이제 망해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