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금속전쟁의 새로운 판을 짜다
세계가 주목하는 ‘비(非)중국’ 공급망

단단히 닫혀 있던 세계 최대 금속 시장의 문을 한국 기업이 마침내 열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흐름에 한국산 금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고려아연은 최근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하며 본격적인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안티모니 첫 수출…美 방산시장 문 열다

고려아연이 미국에 안티모니를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5일 부산항을 출발한 선박에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로 향하는 20톤 규모의 안티모니가 실렸다.
이 금속은 국내 유일의 안티모니 생산기지인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만들어졌다. 수출 제품은 미국 내 주요 방산기업들에 납품될 예정이며, 탄약·항공우주·군용 전자장비에 쓰일 특수 합금 제조에 바로 투입된다.
특히 고려아연은 미국 방산업체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진 수입업체와 1차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엔 연 240톤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는 장기 계약도 추진 중이다.
‘중국산 60% 의존’ 흔들린 미국, 고려아연 품다

안티모니는 군사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전략광물이다. 2024년 9월, 중국이 자국산 안티모니와 관련 기술 수출을 제한한 이후 그 중요성은 더 커졌다.
미국은 전체 수입 물량 중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해왔고, 대체 공급처 확보가 시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미국 수출을 본격화하며 양국 간 전략적 자원 공급망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계약을 시작으로 미국 내 공급을 확장하고, 나아가 경제외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켈까지 잡는다…TMC 지분 5% 인수

고려아연은 전략광물 확보를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17일, 캐나다의 광물자원 개발 회사 TMC(The Metals Company)의 지분 약 5%를 116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TMC는 심해에서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 채광을 준비 중인 회사로, 이 광물들은 전기차,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향후 TMC와 협력을 통해 미국 내 니켈제련소 건설도 추진할 계획이며, 이 또한 미국 정부의 탈중국 자원 정책과 맞닿아 있다.
회사 측은 “TMC는 비(非)중국 기술과 자본을 보유한 고려아연과의 협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양국 산업 안정화에 기여하는 상징적 파트너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