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도 저임금자 늘어
노인 단기일자리, 임금 통계 흔들다
고임금 근로자 비중 확대와 양극화 뚜렷

“200만원도 못 받아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임금근로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월급 200만원을 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00만원 이하의 초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전년보다 더 높아졌다.
24일 통계청이 공개한 ‘2024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임금근로자는 전년 대비 9만6000명 늘어난 2217만8000명이었다.
이 중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근로자가 전체의 9.6%에 달했고, 100만~200만원 미만 구간은 10.4%로 집계됐다.
단기 일자리 확대로 저임금자 늘어

이번 통계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100만원 미만 근로자의 비중 증가다. 전년 9.2%였던 이 비율은 9.6%로 상승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명목 임금은 오르고 있지만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등으로 인해 단시간 근무하는 고령 근로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단기·비정규 일자리를 중심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100만~200만원 미만 구간은 오히려 1.1%포인트 감소한 10.4%로 집계됐다. 이는 저임금 구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일정 수준의 중간 임금대를 받는 이들이 줄어들고, 100만원 미만 혹은 300만원 이상으로 양극화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고임금 근로자는 어디에 있나

한편 월 400만원 이상의 고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중은 전체의 26.5%로 전년보다 1.9%포인트 늘었다. 전문직과 기술 서비스직의 임금 수준이 크게 반영된 결과다.
특히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49.6%), 금융 및 보험업(49.0%), 정보통신업(48.5%)은 고임금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반대로 100만원 이하의 저임금 근로자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8.4%), 숙박 및 음식점업(24.3%),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18.6%)에서 많이 나타났다.
해당 직종들은 단시간 근무 비중이 높고, 일자리의 구조 자체가 비정규적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사라지는 판매직, 늘어나는 청소·복지

직업별로는 내수 부진과 디지털 전환의 직격탄을 맞은 판매직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매장 판매 종사자는 전년 대비 10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키오스크 등 무인 시스템 확대가 이 같은 변화를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 불황 역시 건설·광업 단순종사자 6만1천명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청소 관련 종사자는 4만6천명, 전기·전자공학 기술자 및 시험원은 4만3천명이 늘며 증가세를 보였다. 산업 구조 변화와 복지수요 확대가 이러한 고용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과 30~49세는 매장 판매, 50대 이상은 농업 및 재배 업종에서의 종사자 비중이 컸으며, 고령화와 맞물린 일자리 재편 흐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고용 불안과 고령층의 저임금 문제 모두가 구조적 위기의 신호라고 진단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동 정책 강화와 사회 안전망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