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좀 나아지겠죠?”
탄핵 정국 끝에 자영업자들 실낱 희망
소비심리 회복될까

“이제 좀 나아지겠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약 4개월간 이어진 정치 혼란이 일단락되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금 되살아나고 있다.
“이젠 좀 나아지겠지”…기대와 공존하는 불안

서울 중구의 한 꽃집 점원은 “지긋지긋하던 싸움이 끝났으니, 분위기라도 좋아지면 꽃이라도 팔릴 것”이라며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은평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자영업자 A 씨도 “사람들이 큰돈 쓰는 걸 꺼렸다”며 “이제는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시장이 조금씩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당장 살아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반응이다.
강남 오피스 상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은 “계엄 이후 나라 분위기가 워낙 가라앉아 매출에도 영향이 있었다”며 “대선까지 끝나야 진짜 회복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수치로 드러난 현실…끝나지 않은 자영업자의 겨울

비록 정치적 혼란은 일단락됐지만,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버겁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1~2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각각 1만2천건을 넘겼다. 2월에도 1만건 이상 지급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2023년 국세청에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 수는 약 98만6천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서구 마곡에서 6년간 쌀국숫집을 운영하다 이달 초 폐업한 자영업자는 “과거엔 권리금 1억을 제시받기도 했지만, 요즘은 가게가 텅 빈 채로 남아있다”고 털어놨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전국 16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선 88.4%가 “계엄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코로나 유행기보다도 더 힘들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제 회식 좀 하자”…소비심리 살리기 나선 지자체

탄핵 선고로 불확실성이 다소 걷힌 만큼, 자영업자들은 소소한 회복의 계기를 기대하고 있다.
광화문 인근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커뮤니티에 “오늘 저녁부터라도 다시 회식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적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종로구는 헌재 주변 상권 매출 감소에 대응해 소상공인 융자금 일부를 우선 지원하고, 국세·지방세 유예 등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계획 중이다.

춘천시는 ‘미리내봄’ 선결제 캠페인을 진행한다. 관내 공공기관의 운영비 40%를 미리 결제하는 방식으로, 소상공인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정치 혼란이 결정적 원인은 아니다”라며, “금리·내수 침체 같은 경제 악재에 더해지는 추가 변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 회복은 정치 안정만으로는 어렵고,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함께 개선돼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정치적 혼란은 끝났지만, 진짜 봄은 이제부터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물가상승은 소비심리 위축
정치병에 걸린 환자들로 가득찬 이 나라에 희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