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나선 美, 한국에게 SOS
HD현대·한화오션, 미국과 손잡다
K-조선, 세계 1위 기술력 입증 중

“타국에서 함선을 주문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이 한마디에 전 세계 조선업계가 술렁였다.
미국의 조선 재건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조선사들에게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해양 패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는 미국이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한 ‘K-조선’에 눈을 돌린 것이다.
美, 조선업 부활 위해 동맹국에 손 내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써야 한다”며 미국의 조선 경쟁력 부활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예전엔 하루에 한 척씩 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한다”며 미국 조선업의 현실을 직시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준비한 이 행정명령에는 상선 확보와 조선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포함됐다.
중국과의 해양 주도권 경쟁 속에서 미국은 해군력 강화를 위한 조선 인프라를 시급히 확충할 필요에 직면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조선 실적이 우수한 가까운 국가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 있다”고도 밝혀, 한국 등 동맹국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실제로 백악관에서는 중국 조선소가 지난해 1,700척을 수주한 반면 미국은 고작 5척에 그쳤다는 점을 강조하며, 동맹국 기술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HD현대·한화오션, 미국 향해 닻 올리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과의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워싱턴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AS 2025)에서 체결된 이 협약은, 두 나라 대표 조선사 간 첫 협력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MOU에는 생산 효율성 향상, 납기 단축, 공정 자동화, 인공지능(AI) 도입 등이 포함됐으며, 디지털 조선소 구현과 현지 공급망 협력도 함께 추진된다.
HD현대는 이미 미국 해군과 정비 계약(MSRA)을 체결하며 미 해군 전투함 유지·보수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한편,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미국 현지 조선소인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조선소는 미국 연안 운송용 상선과 군수 지원함 등을 다수 건조해온 업체로, 한화오션의 역량 강화에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7함대의 함정 유지·보수 사업까지 수주하며 실질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미국 선급협회 ABS 및 에너지 인프라 전문 기업과도 기술 개발 및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이 한국에 손 내민 진짜 이유

미국이 한국 조선업계에 ‘SOS’를 보낸 배경에는 급격한 자국 조선 역량 저하가 있다.
한때 세계 최대 건조량을 자랑했던 미국은 현재 발주 잔량이 29척에 불과할 정도로 쇠퇴했다. 이로 인해 해군 전력 공백이 발생했고, 이 틈을 중국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해군은 향후 30년간 364척의 함정을 확보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1조750억달러(약 1,600조원)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규모 선박 확보 계획’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양국 간 조선업 협력 방안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안보와 군사적 동맹의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조선 기술의 진가를 세계에 보여줄 기회”라며 “이번 미국의 SOS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패권 게임에서 한국이 핵심 축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