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가 오히려 기회 됐다”… 글로벌 위기 속 ‘세계 1위’ 대역전극, 한국만 ‘활짝’

미·중 갈등 속 기회 포착
한국 조선업이 쓴 반전 드라마
한국
사진 = 연합뉴스

“이게 바로 전화위복이라는 건가.”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 전 세계 조선·해운 판도가 다시 짜이고 있다.

예기치 못한 글로벌 규제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는 기회를 잡으며 반전을 이뤄냈다. 마치 거센 바람 속 돛을 제대로 단 배처럼, 한국은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오히려 한국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발 규제, 한국엔 ‘순풍’ 됐다

한국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조선소 및 선박에 대해 고율 입항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산 선박에 부과되는 수수료는 톤당 50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에는 140달러까지 인상된다.

컨테이너 기준으로 계산할 때는 개당 120달러에서 시작하며, 2028년에는 250달러까지 오른다. 자동차 운반선에는 CEU(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의 요금이 적용된다.

중국산 선박에는 톤당 최대 140달러까지의 수수료가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 역시 차량 한 대당 150달러의 고정 요금을 내야 한다.

한국
사진 = 연합뉴스

그동안 저렴한 가격에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던 글로벌 해운사들은 이번 조치로 곤란을 겪게 됐다.

반면, 한국 조선업계에는 예상 밖의 호재였다. 특히 클락슨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 조선소는 세계 최대 규모인 82만 CGT의 선박을 수주하며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국내 해운업체들 역시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HMM의 경우, 전체 선박 중 중국산 비율이 매우 낮아 입항 수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엔진업계도 ‘훈풍’…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

한국
사진 = 연합뉴스

이같은 변화는 조선소뿐만 아니라 선박용 엔진업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며 HD현대마린엔진과 한화엔진 같은 국내 업체들은 잇따라 대형 공급 계약을 따내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이미 삼성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 중국 치둥 샹위 등과 수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까지 누적 수주액만 약 2864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의 90%에 달한다.

한화엔진 역시 1분기에만 1조130억 원의 수주 실적을 올리며 작년 전체 수주액의 60%를 넘겼다.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 다시 쓰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 전문가는 “단순한 감속 운항으로는 환경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며 “신조선 또는 친환경 선박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경영진까지 움직였다… 울산 노조 방문

한국
사진 = 연합뉴스

전례 없는 호재는 HD현대 총수 일가까지 움직이게 했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울산 조선소 노조 사무실을 찾아 노동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현대중공업 총수 일가가 노조 사무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회장은 “조선 산업이 불황을 딛고 다시 성장 곡선을 타기 시작한 만큼, 노사 간 신뢰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역시 “다소 낯설지만 환영할 만한 행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상호 신뢰는 조선업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바탕이 될 전망이다.

한국
사진 = 연합뉴스

HD현대는 다음 달부터 임단협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번 만남은 그 시작을 의미 있게 연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정책 변화가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들이 오히려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조선업계는 현재의 호재를 일시적인 반등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안정적인 노사 협력, 지속적인 투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든 지금, 앞으로 그 성과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