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막으려 씹은 껌 한 조각
입안 상쾌해지지만 뇌는 ‘위험’

“운전 중 졸릴 때마다 씹던 껌이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습니다.”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이 잦은 탓에 항상 차량 안에 껌을 두고 다닌다. 졸릴 때 하나씩 꺼내 씹으며 졸음운전을 피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껌 속 미세플라스틱이 뇌에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부터는 손이 선뜻 가지 않는다.
껌을 씹는 습관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껌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졸음 막는 ‘번쩍껌’, 매출도 번쩍

롯데웰푸드는 최근 졸음 방지용 껌 ‘졸음번쩍껌’의 지난해 매출이 약 22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되살아나며 고속도로 운전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와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했고, 롯데껌 전체 매출 중 졸음번쩍껌이 차지하는 비중도 18%로 높아졌다.
졸음번쩍껌은 과라나추출분말을 함유해 천연카페인을 공급하고, 멘톨 성분으로 청량감을 더한다. 최근에는 타우린과 비타민B6 등을 강화한 ‘졸음번쩍 에너지껌’도 출시했다.
껌 한 조각에 수천 개… 입안서 방출되는 미세플라스틱

하지만 이처럼 졸음을 깨우는 껌이 건강에는 또 다른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UCLA 샌제이 모한티 교수팀은 지난 3월 26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화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껌을 씹을 때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방출되는지를 확인한 예비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합성 고무 베이스로 만들어진 껌을 씹는 동안 껌 1그램당 평균 1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일부 제품은 1그램당 637개까지 방출되기도 했다.
껌의 무게가 보통 2~6그램인 점을 감안하면, 한 조각에서 최대 3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침과 함께 입안으로 흡수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대부분의 미세플라스틱은 껌을 씹은 지 8분 이내에 거의 모두 방출됐다.
모한티 교수는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면서도 “사람들은 일상에서 이미 플라스틱에 노출되고 있으며, 껌도 그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까지 침투한 미세플라스틱… 치매 위험까지?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히 입안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체 장기 깊숙이 침투한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미국 뉴멕시코대 매튜 캠펜 교수팀은 최근 91명의 시신을 부검해 뇌, 간, 신장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양을 비교했다. 그 결과, 뇌 조직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양이 간보다 최대 3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뇌는 지방 성분이 많은 장기인데, 미세플라스틱이 지방과 쉽게 결합하기 때문에 뇌에 집중적으로 축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양은 뇌 1그램당 최대 4800마이크로그램에 달했다. 이는 뇌 전체 무게를 기준으로 할 때 약 0.5% 수준이다.

캠펜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장기간 뇌에 축적되면 신경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 등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포장 식품과 일회용 생수병 사용을 최소화하고, 조리 시 플라스틱 도구 사용을 피하며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껌과 같이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제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안전성 평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