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전기차 SUV ‘지커 001’ 공개
한국 진출은 아직 검토 단계
美 상장 폐지로 구조 재정비

중국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의 전기 SUV ‘지커 001’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시선을 붙잡는 유려한 실루엣, 최대 700km에 달하는 주행거리, 그리고 500마력이 넘는 고성능까지, 단순한 신차가 아니다.
아직 국내 출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모델 소개를 넘어 향후 한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BYD와는 또 다른 길을 걷는 지커의 등장은 시장에 신선한 긴장감을 던지고 있다.
슈팅 브레이크 실루엣과 고성능, ‘중국차’의 변신

지커 001은 SUV도, 세단도 아니다. 슈팅 브레이크라는 독특한 실루엣을 기반으로 디자인됐으며 전장 4,955mm, 휠베이스 2,999mm에 이르는 체급은 웬만한 프리미엄 전기 SUV를 능가한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폴스타4보다 크고, GT 차량에 가까운 실루엣으로 퍼포먼스를 강조한다.
전면에는 수직형 헤드램프가 자리잡고, 측면은 대구경 휠과 차체 일체형 클래딩으로 역동성을 더했다. 또한, 후면부는 묵직한 테일램프로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 지커 001은 전체적으로 크고 강한 인상을 보이며, 전통적인 유럽 전기차와는 또 다른 ‘존재감’을 자랑한다.
성능도 만만치 않다. 듀얼모터 사양은 544마력, 제로백 3.8초, 최고속도는 200km/h로 제한되며, 100kWh 용량의 배터리로 WLTP 기준 최대 620km, CLTC 기준 700km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일부 모델에는 단 10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한 고속충전 기술도 탑재된다.
한국 시장 향한 조심스러운 접근

지커는 현재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 검토 중이다. 이미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를 설립하고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자동차 수입 및 유통은 물론, 배터리 소재 개발과 제조까지 포괄하는 법인 목적은 단순 판매를 넘어선 청사진을 암시한다.
다만, 지커 001이 바로 국내에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모델 공개는 시장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사전 포석’에 가깝다.
하지만 또 다른 중국 자동차 브랜드 BYD가 ‘아토 3’로 5주 만에 2,800대를 판매하며 성공적인 첫발을 디딘 만큼, 지커 역시 프리미엄 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후발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지커는 기술력 기반의 고급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운다”며 “BYD가 품질 문제 없이 안착한다면 지커의 진출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리미엄 전략’ 위해 미국 상장 폐지

한편, 지커는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서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상장 1년 만에 이뤄진 이번 결정은 비용 절감과 경영 통합이라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단행됐다.
지리차는 현재 지커 지분의 65.7%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상장을 통해 주당 25.66달러(약 3만 6천원)에 나머지 지분을 전량 인수할 계획이다. 예상 기업 가치는 약 64억 달러(한화 약 8조 8천억 원)에 달한다.
지리차는 지커를 포함한 자사 브랜드들을 재정비하며 핵심 기술을 수직계열화하고, 프리미엄과 볼륨 모델을 명확히 분리해 글로벌 시장에 맞춘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커는 그중에서도 고성능 전기차의 선봉 역할을 맡는다.
‘타우저우 선언’이라는 이름 아래, 지리차는 전기차 플랫폼, 배터리,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기술까지 직접 개발하며 기술 내재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커 001은 그 전략의 시작점이다. 아직은 공개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 모델이 품은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가 가진 방향성은 단순한 신제품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지커가 향후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 움직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