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대 설탕값 담합으로 국민 밥상을 흔든 제당 3사에게 공정거래위원회가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라는 엄중한 표현을 쓰고도 실제로는 가장 관대한 계산식을 적용해 99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깎아준 사실이 드러났다.
감경 혜택을 손에 쥔 기업들은 처분 확정 직후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공정위는 거액을 양보하고도 법정 공방에 시달리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브리핑엔 철퇴, 의결서엔 최대 할인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서에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행위를 장기간에 걸쳐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중대 위반으로 규정한 8가지 엄벌 사유가 나열돼 있다.
그러나 과징금 산정의 첫 단추인 부과 기준율은 15.0%~20.0% 범위 가운데 가장 낮은 15.0%가 선택됐다.
이어진 감경 단계에서는 조사 협력을 이유로 법이 허용하는 상한선인 20%의 할인율이 3사 모두에게 일괄 적용됐다.
만약 엄벌 사유에 걸맞게 기준율 20.0%가 유지됐다면 과징금 총액은 5,280억 원까지 늘어났겠지만, 이중 완화 구조 덕에 최종 부과액은 3,960억 원으로 압축됐다.
3사 합계 990억 감경…숫자가 드러내는 모순
기업별 감경액은 CJ제일제당 346억 원, 삼양사 326억 원, 대한제당 319억 원으로, 3사 합산 990억 원이다.
시장에서는 공정위가 8가지 엄벌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정작 과징금 계산에서는 가능한 한 낮은 기준을 선택한 이율배반적 구조가 제재의 신뢰성을 스스로 약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비공개 의결서에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혜택이 별도 적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실제 납부액이 발표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명한 계산식 공개 없이는 국민과 언론이 수치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협력 감경 챙기고 소송 제기…공정위의 자충수
제당 3사는 심리 종결 시점까지 담합을 인정해 최대 10%의 추가 감경을 확보했다가, 과징금 고지서가 발부되자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협력 의사를 표명해 감경 혜택을 수령한 뒤 처분 자체를 법원에서 다시 다투겠다는 전략으로 전환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공정위의 ‘선언 수위’와 ‘실제 제재 강도’ 간 격차가 낳은 결과로 해석된다. 엄벌을 강조한 브리핑이 과징금 계산에서 관대함으로 뒤집히는 패턴이 반복될 경우, 향후 담합 억제력이 실질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