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 시장의 선두 주자 삼성전자가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에서 생활가전과 TV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결단을 공식화했다. 현지 저가 브랜드의 공세와 수익성 악화가 임계점을 넘으면서, 수십 년간 공들인 가전 유통망을 스스로 걷어내는 초강수를 택한 것이다.
참담한 수익성, 결단을 앞당기다
삼성전자 중국 판매법인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1,681억 원으로, 전년도 3,007억 원 대비 44% 급감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사업부는 글로벌 TV 시장 정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며 2025년 한 해에만 약 2,000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2026년 1분기에는 2,000억 원의 이익을 내며 단기 반등에 성공했으나, 평균 판매가격이 1년 새 4%가량 추가 하락하는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물량 공세 앞에서 가격 방어선 자체가 무너졌다고 분석한다.
연쇄 구조조정, 그리고 최후의 카드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 재편은 단발성 조치가 아닌 일련의 구조조정 흐름의 결정판으로 읽힌다. 식기세척기와 전자레인지 등 수익이 나지 않는 가전 라인의 외주화를 먼저 결정했고, 해외 주요 거점인 말레이시아 공장도 폐쇄 수순을 밟았다.
이달 초에는 TV 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을 전격 교체하며 체질 개선 의지를 드러냈고, 이어 중국 본토 판매 중단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수익성 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의 칼날이 단계적으로, 그러나 빠르게 번진 셈이다.
가전은 접고, 반도체·모바일은 남긴다
다만 삼성전자가 중국 대륙 전체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TV와 생활가전 판매는 현지 협력사에 통보해 철수 절차를 밟지만, 모바일과 반도체·의료기기 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적 분리를 택했다. 갤럭시 AI 스마트폰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쑤저우 가전 공장과 시안 반도체 공장 등 첨단 거점 투자는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도려내고 고부가가치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전통 가전을 정리한 삼성전자의 중국 내 사업 재편이 글로벌 실적 반등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