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산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중국이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35의 수출형 모델 ‘J-35AE’를 전격 공개하며 F-35가 장악해 온 고성능 전투기 시장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F-35를 살 수 없는 국가들을 정조준한 전략적 포석이며, 공교롭게도 그 타깃은 KF-21이 수출을 노리는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
F-35 못 사는 나라를 노린다
J-35AE의 공개 스펙은 도발적이다. 최대 마하 1.8~2.0의 속도에 미사일을 기체 내부에 숨기는 내부 무장창을 갖췄고, 고성능 AESA 레이더와 다영역 센서 융합 시스템까지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것이 방산 시장에서 파괴력을 갖는 진짜 이유는 ‘세계 최고 성능’이 아닌 ‘접근성’이라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F-35는 강력한 정치적 동맹 관계와 엄격한 보안 심사를 통과한 소수의 우방국에만 판매된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쥔 중동 국가들, 독자적 공군력 강화를 원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인도와 대치 중인 파키스탄 모두 돈이 있어도 F-35를 도입하기 어렵다. J-35AE는 이 틈새를 정확히 공략한다.
KF-21이 맞닥뜨린 ‘간판 전쟁’
문제는 KF-21이 노리는 잠재 고객국과 J-35AE의 타깃이 겹친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UAE,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KF-21이 공들이는 10개국 이상의 시장이 중국의 공략 대상과 사실상 동일하다. KF-21은 현재 Block-I 기준 반매립형 외부 무장을 채택한 4.5세대 전투기로, 내부 무장창을 갖춘 5세대로의 진화는 Block-II가 완성되는 2030년 전후로 예상된다.
‘중국은 5세대를 파는데 한국은 4.5세대’라는 단순한 프레이밍이 시장에서 현실화될 경우, KF-21은 스펙시트 마케팅에서 즉각적인 열세에 놓일 수 있다. 수출 단가는 KF-21이 약 6,000만 달러로 F-35A(약 1억1,000만 달러)보다 저렴하지만, J-35AE와의 가격 비교는 아직 공식 데이터가 없어 유동적이다.
신뢰도의 역습, KF-21의 반격 카드
스펙 경쟁의 불리함이 곧 수출 참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KF-21은 미티어 등 서방 최강급 공대공 무장과 100% 호환되며, 중국산 무기 도입 시 감수해야 하는 미국의 군사 제재와 동맹국 정보 보안 차단 같은 정치적 리스크가 전혀 없다. J-35AE의 엔진 실전 내구성, 스텔스 도료 유지보수 효율, 센서 소프트웨어 완성도는 전 세계 방산업계에서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물음표로 남아 있다.
폴란드에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72문을 공급하며 구축된 K-방산 패키지의 연장선에서 KF-21을 결합한다면, 단순 스펙 비교를 넘어선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 시장의 승부는 ‘5세대’라는 간판의 매력과 서방 생태계와의 연결성이 주는 실전 신뢰도 사이에서 구매국들이 어느 쪽에 더 큰 가치를 두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 J-35AE의 등장은 KF-21 수출 전선의 복잡성을 한 단계 높였다. 2030년 Block-II 완성을 통한 5세대 격상이라는 장기 경로를 유지하면서도, 지금 당장 시장에서 벌어지는 ‘간판 전쟁’에 대한 외교적·마케팅적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