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없이 중국 전기차 이기기 불가능”…현대차 COO 직격, 1분기 최고 성장률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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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 없이는 중국 전기차를 이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미국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뱉은 이 한마디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정작 같은 시기 발표된 2026년 1분기 실적 데이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1분기에 전기차 17만 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1.7%라는 글로벌 톱10 브랜드 중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3.3%에서 4.1%로 확대됐다. 이 수치는 무뇨스 COO의 발언이 특정 시장이나 특정 시점의 위기 구조를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 생존 전략을 향한 선제적 경고인지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글로벌 역성장 속 성장한 현대차
글로벌 역성장 속 성장한 현대차 / 연합뉴스

전기차 시장, 처음으로 역성장 진입

2026년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411만 4,000대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특히 중국 내 전기차 판매는 18.2% 급감하며 보조금 축소와 내수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유럽은 26.7% 성장하며 강한 회복세를 보였고, 현대차그룹은 유럽과 아시아(중국 제외) 시장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신모델도 4만 1,239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57.8% 늘어 다원화 전략의 성과를 입증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위기는 현재 판매 수치보다 중국 브랜드들과의 구조적 격차, 즉 원가 경쟁력에 있다.

IRA 보조금 대상 현대차 전기차
IRA 보조금 대상 현대차 전기차 / 연합뉴스

중국차 ‘원가 우위’의 본질, 수직 통합이 핵심

무뇨스 COO가 지목한 핵심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구조’다. 지리자동차는 같은 1분기에 41만 7,000대를 팔아 현대차그룹(17만 대)의 2.5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 격차는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 차이가 아니라, 광산에서 배터리 셀, 최종 조립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수직 통합 생태계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막대한 개발 보조금과 내수 완충 자금이 더해지며 완성차 가격을 수천만 원 단위로 끌어내리는 구조가 완성된다. 마감 품질과 브랜드 신뢰도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는 현대차이지만, 전기차 전환을 검토하는 소비자에게 수천만 원의 가격 차이는 설득의 벽이 되고 있다.

BYD 중심의 경쟁 구도 확대
BYD 중심의 경쟁 구도 확대 / 뉴스1

포드, 100년 자존심 버리고 ‘기가 캐스팅’으로 반격

현대차가 구조적 어려움을 인정한 사이, 미국 포드는 회사의 근간 자체를 뜯어고치는 선택을 했다. 짐 팔리 CEO의 지시로 테슬라와 애플 출신 핵심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비밀 연구팀 ‘스컹크웍스’를 가동하고, 2027년까지 3만 달러(약 4,200만 원) 수준의 중형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목표로 설정했다. 보급형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수준의 파격적 가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포드는 자신이 100년 전 확립한 컨베이어벨트식 조립 라인을 전면 폐기하고,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기가 캐스팅과 모듈형 제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차체 뼈대를 통째로 주조해 부품 수를 20% 가까이 줄이는 이 방식은 공정 단계를 대폭 축소하고 생산 원가를 중국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목표다.

EU 관세 충격과 중국차 변수
EU 관세 충격과 중국차 변수 / 뉴스1

생존 변수는 ‘원가’가 아닌 ‘신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처음으로 역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차와 미국차는 각자의 방식으로 중국발 가격 공세에 맞서고 있다. 포드의 기가 캐스팅 전환은 기술적으로 검증됐지만, 3만 달러 가격에서의 수익성과 2027년 출시 일정의 현실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현대차의 경우, 1분기 성장세가 증명하듯 단기 위기보다는 구조적 원가 열위라는 장기 과제가 더 본질적인 도전이다. 결국 전기차 전환기에 소비자를 붙잡는 것은 숫자보다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유지비 경쟁력과 중고차 가치 방어율이라는 ‘신뢰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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