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렸는데 기름값은 왜 안 내릴까…’시차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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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 개방 기대와 시간차
연합뉴스

중동 전쟁 종전 소식에 국제 원유시장이 요동쳤다. 미국·이란 간 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진 5월 25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하루 만에 7.15% 급락해 배럴당 96.14달러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51% 내린 90.31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고작 리터당 0.5원 내리는 데 그쳤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7~11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2,009.9원, 경유는 2,004.8원으로 집계됐다. 국제 원유시장과 국내 주유소 가격 사이에 분명한 ‘온도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산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그 효과가 소비자의 지갑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겹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는 뛰는데 주유소는 ‘제자리’…구조가 만드는 시차

업계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 소요된다고 설명한다. 원유 계약 이후 선적, 해상 운송, 하역, 정제, 유통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데다, 이미 비싼 값에 들여온 재고가 먼저 소진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고착된 점도 유가 하락 효과를 잠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낮을수록 원화 기준 원유 도입 단가는 올라가는 구조다.

호르무즈 통과 유조선 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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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가 남긴 상처…’완전 정상화’까진 수개월

지난해 6월 22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한 이후, 해협 통행량은 평시 대비 70% 급감했다. 하루 약 1,700만 배럴,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5%가 이 수로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봉쇄는 곧바로 글로벌 원유 공급 병목으로 이어졌다.

종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해협 내 기뢰 제거, 1,000~2,000척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의 순차적 통과, 전쟁으로 손상된 원유 생산·수송 인프라 복구 등 완전 정상화까지는 추가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해협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당분간은 합의가 잘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4개월 가까이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해온 국내 정유사들의 입장도 복잡하다. 이번 종전 합의만 믿고 즉시 중동산 원유 도입을 늘리기엔 비용과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유가 안정의 ‘끝’은 어디…전망과 변수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 개방될 경우 WTI가 배럴당 70달러 후반~80달러 중반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90달러를 오르내리는 국제유가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한 하락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해협이 일시 개방됐을 때도 국제유가 하락 폭은 예상보다 작았다”며 “90달러를 오르내리는 국제유가도 휴전이 아닌 종전이 돼야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지속 가능한 평화’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위험 프리미엄을 쉽게 걷어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국제 해상운임과 보험료 하향 안정화로 이어지면 추가적인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원화 강세 압력이 높아져 원유 도입 단가를 낮추는 긍정적 연쇄 효과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재 중동 정세가 우발적 충돌만으로도 긴장이 재고조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은, 유가 하락 기대에 여전히 드리워진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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