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MOU’로 유가 불 껐지만…한국 경제, 진짜 고통은 지금부터

댓글 0

호르무즈 긴장 속 협상 전개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예고하면서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나들던 국제유가가 진정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가격 안정과 실물 공급망 복구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미 동부시간) 트루스소셜에 “MOU 서명 직후 호르무즈 해협을 모두에게 개방하겠다”고 공언한 뒤, 브렌트유는 배럴당 84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1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전쟁의 상흔은 유가 수치보다 훨씬 깊고 오래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가 하락, 체감까지는 ‘최대 2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는 종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당분간 배럴당 90달러 이상의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산유국의 생산시설과 물류망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시설 복구와 공급 회복에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며 “연내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0달러대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OU 임박과 유가 안정의 간극
연합뉴스

PPI 1998년 이후 최고…환율이 상쇄한다

국내 물가 지표는 이미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올해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28.4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2.5% 상승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5.2% 급등하며 기업 원가 압력이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아 있다는 점이다. 달러 표시 유가가 10% 하락해도 환율이 10% 상승하면 원화 기준 수입단가는 거의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약세의 주된 동력이 외국인 주식 순매도라는 점에서, 중동 리스크 완화만으로 환율이 큰 폭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유가 하락 효과가 환율에 의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리 인상·최고가격제 해제…출구가 또 다른 충격

유가·환율발 물가 압력이 커지면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예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7월 ‘빅스텝'(0.50%p 인상) 또는 7·8월 연속 인상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유가가 일부 안정되더라도 기존 고유가 영향이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상 필요성은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역시 새로운 불씨다. 3개월 넘게 유지된 이 제도로 정유업계의 누적 손실은 약 4조원에 달한다. 정규철 전 KDI 경제전망실장은 “국제유가가 안정 흐름을 보인다면 최고가격제 유지 필요성은 점차 낮아질 수 있다”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가격 통제가 풀리는 순간 소비자가 체감하는 유류 가격이 한꺼번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미·이란 협상 타결과 호르무즈 통항 재개 시 올해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1%p 높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KDI(2.5%)·OECD(2.6%) 등 주요 기관의 전망치에도 하반기 유가 안정 기대가 이미 반영돼 있어 추가 상향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0
공유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