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가 오르면 지갑을 닫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소비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덤 활동, 이른바 ‘오시카쓰(推し活)’가 고물가 속에서도 36조원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시장의 주역이 젊은 세대가 아닌 40~60대 중장년층이라는 점이다.
36조원 시장, 전 국민 30%가 참여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오시카쓰 소비 시장 규모는 3조8천억엔(약 36조원)에 달한다.
노무라 종합연구소가 2025년 3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15~69세 일본인 중 오시카쓰 참여 인구는 약 2,6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연령대 전체 인구의 30%를 넘는 수치다. 오시카쓰는 단순히 공연 관람이나 굿즈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덕질 대상에게 주는 선물, 전용 카메라 등 장비 구매, 해외 원정 관람 여행, 협업 상품 구매까지 소비 범위가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이 같은 다층적 소비 구조가 시장 규모를 비약적으로 키운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갑 여는 ‘큰손’은 50대…연간 93만원 지출
오시카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소비 주체의 세대 이동이다. 과거에는 수천 엔짜리 티켓과 굿즈 구매가 소비의 주류였지만, 중장년층이 시장에 합류하면서 고액 소비 트렌드가 형성됐다.
일본 총무성이 2024년 1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영화·연극 입장료와 숙박료 등 오시카쓰 관련 소비액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로 연간 9만9천엔(약 93만원)에 달했다.
40대가 8만엔(약 75만원), 60대가 7만엔(약 66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30대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의 지출액이 월등히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고액 소비의 실례도 두드러진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전광판 광고는 1만엔(약 9만4천원)에서 50만엔(약 473만원)까지 다양하다. 메이저리그 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수십만 엔을 들여 미국을 찾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