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서울시 민간 분양·미분양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서울 준공 후 미분양은 621건으로, 지난해 10월 777건 대비 156건(20.1%) 감소했다.
전세난과 입주 절벽, 실수요자를 움직이다
미분양 소진의 핵심 동력은 전세 시장의 급격한 수급 불균형이다.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들며 임차인들이 매수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1만6,913가구로, 지난해 3만5,452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불안감을 느낀 무주택자들의 매수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유가 상승으로 분양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도 매수 전환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분양가 고착화와 전세 매물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며 1인 가구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외곽 소형 평형 매수 수요가 실질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동구 70건 소진…10억 이하 거래가 시장 주도
지역별로는 강동구의 미분양 소진 속도가 두드러진다. 강동구의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0월 324건에서 올해 3월 말 254건으로 70건(21.6%) 줄었다. 강남권과 한강벨트 인근 단지들이 먼저 소진되며 외곽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실거래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5,569건 중 10억원 이하 거래가 3,513건으로 63.1%를 차지했다. 서울 외곽의 저가 중소형 단지가 매매 시장의 실질적 주력 상품으로 부상한 셈이다.
수도권·지방은 ‘딴 세상’…미분양 85%가 지방에 집중
서울과 달리 경기도와 지방의 미분양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경기도의 3월 준공 후 미분양은 2,547가구로 전월 대비 8.0%(188건) 증가했으며, 인천은 1,258건으로 1,000건대를 유지 중이다.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3월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2만6,003건으로 전체 준공 후 미분양 3만429건 중 85.5%를 차지하고 있다. 전월 대비 3.7%(1,012건) 줄었지만, 지방 미분양 적체가 여전히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서울과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