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 수는 줄었지만, 이들이 떠안은 대출 규모는 오히려 급격히 불어났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채무불이행자 수와 대출액이 동시에 증가하는 유일한 연령대로 기록됐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 대출 잔액은 37조 8,02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7%(2조 7,178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38조 511억원)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채무불이행자 수는 16만 920명으로 5.1% 줄었다. 전문가들은 ‘수는 줄고 액수는 늘어난’ 이 구조를 두고, 소수의 고액 부실 차주로 리스크가 집중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금리 급등에 내수 소비까지 꺾여…자영업자 이중고
자영업자 부실 확대의 배경으로는 가파른 금리 상승과 내수경기 동반 침체가 지목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2.953%에서 지난 8일 연 3.940%까지 치솟았다. 불과 수개월 사이 약 1%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진 환경이다.
내수 지표도 동시에 악화됐다. 국가데이터처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3.6% 감소해 2024년 2월(-3.7%)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1.0% 줄어 2022년 2월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나이스신용평가 최중기 금융SF평가본부장은 “기준금리가 인하기를 거쳐 동결됐던 동안에도 연체율은 상승하는 이례적 상황이었다”며 “반도체는 선방했지만 내수경기는 안 좋은 K자형 양극화 현상에, 향후 금리 상승기까지 겹치면 차주들의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60대 이상만 대출 늘고, 부실도 악화…’독보적’ 취약층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4월 말 기준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406조 7,54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9조 8,655억원) 늘어났다. 20대 이하부터 50대까지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대출이 줄어든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채무불이행자 수도 60대 이상에서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3만 8,739명에서 4월 말 3만 8,999명으로 0.7% 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보유한 채무불이행 대출액으로, 9조 9,291억원에서 11조 8,645억원으로 무려 19.5% 급증했다. 전 연령대 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연령 자영업자의 높은 부동산업 비중으로 부동산 경기상황과 관련한 구조 변화 등에 크게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빌라·상가 임대업에 집중된 고령층이 부동산 가격 조정과 금리 상승이 동시에 맞물릴 경우 이중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본다.
‘생계형 창업’의 구조적 한계…종합 대책 목소리
전문가들은 고령층 자영업자 부실이 단순한 경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정년 이후 안정적 소득이 끊긴 고령층이 수익성이 낮은 음식점·소매점·소규모 임대업 등 생계형 창업에 대거 유입되면서,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타격이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이인영 의원은 “고령 자영업자의 채무불이행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취약 고리가 드러난 것”이라며 “단순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고 재기 지원과 사회안전망을 결합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고연령층의 사업전환을 포함한 자영업자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공식 보고서에서 강조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업종 전환 컨설팅, 폐업 지원, 재취업 연계 등이 포함된 다층적 지원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고령 자영업자 부실이 노후 빈곤 심화와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