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

네덜란드 막시마 왕비가 2월 4일 육군 예비군으로 임명되며 사격 훈련과 로프 등반, 제식 훈련에 참여했다. 훈련 이수 후 중령으로 진급할 예정인 이 선택은 개인적 결정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유럽 안보 지형 변화의 가시화”로 분석했다. 왕실 성명이 “우리의 안보는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고 밝힌 배경에는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자주적 방위 역량을 구축하려는 대륙 차원의 전략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재무장 흐름의 한 단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국은 국방비 증액과 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일부 정치권에서는 EU 차원의 통합 군사 역량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노르웨이, 벨기에, 스페인, 영국 등 왕실 인사들의 군 복무 사례가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군 복무가 유럽 사회에서 다시 정상적 의무로 복원되고 있다는 신호다.
숫자로 보는 유럽의 군비 증강

네덜란드는 국방비를 2024년 GDP 대비 1.9%에서 2035년 3.5%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11년간 84% 증가하는 규모다. 병력은 현재 8만명 미만에서 최소 12만 2000명으로 52% 이상 확대된다.
이를 위해 17세 전원을 대상으로 군 복무 관련 설문을 의무화하고, 효과가 미흡할 경우 선택적 징병제 재도입도 검토한다.
폴란드는 더욱 공격적이다. 국방비를 GDP 5% 수준으로 올리며 2035년까지 5240억 즈워티(약 151조 4720억원)를 투입한다. 정규군은 15만명에서 25만명으로, 향토방위군은 2만명에서 5만명으로 증원된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방위를 위해 2025년 1월 18억 유로를 투자했고, 같은 해 10월 37억 유로를 추가 투입해 북극 전담 부대를 창설한다.
폴란드는 동구권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면서 한국으로부터 K-2 전차 1000대, K-9 자주곡사포 672문, FA-50 전투기 48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며, 한국은 약 12조원의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 위협과 미국 의존도 축소

덴마크 국방정보국이 2026년 1월 공개한 연례 안보현황 보고서는 러시아가 북극권 기지를 중심으로 재무장 계획을 추진 중이며, 러시아와 중국이 그린란드 주변에 군사 자산을 확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러한 위협 인식이 유럽의 방위력 강화를 촉발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확실성도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인수 논의와 관세 위협은 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 의존 축소를 진지하게 고려하게 만들었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를 “NATO 체제 내에서의 자율성 확보 시도”로 해석한다.
2016년 바르샤바 NATO 정상회담에서 발트해 국가와 폴란드 동부에 3000~4000명의 병력 4개 대대를 순환 배치하기로 한 결정 이후, 영국·프랑스·독일·덴마크 등 유럽 7개국은 극지 안보를 NATO 동맹국의 결합을 통해 집단적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상징과 실제 정책의 전략적 결합

안보 전문가들은 네덜란드 왕비의 예비군 입대를 왕실의 상징 자본과 정부의 제도 개편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례로 분석한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상징)과 실제 전력 증강(정책)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략적 접근이다. 특히 젊은 왕위 계승자가 아닌 현직 왕비의 입대는 긴장 고조 국면의 무게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흐름은 방위산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의 재무장은 국방비 증액을 통한 무기 체계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방위산업 관련주와 ETF 상승으로 반영되고 있다.
폴란드의 한국 방산 대규모 도입처럼 국제 무기 거래 시장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일부 유럽 정치권에서는 EU 차원의 통합 군사 역량 구축까지 논의하며 기존 NATO 중심 안보 체계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왕비의 군복은 유럽 안보 패러다임 전환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미국 의존에서 자주 방위로, 평화 배당에서 안보 투자로, 개인의 선택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실제로는 대륙 전체의 전략적 결단을 반영한다. 10년 뒤 유럽의 군사력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