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조건이 먼저”라고 말하는 세대…편하다는 그 이유 들어보면 ‘고개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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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혼 시 8000만원을 받는 결혼 프로그램이 버젓이 팔린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감정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2030세대가 결혼정보 시장의 주력 소비자로 떠오르며, 한때 ‘혼기를 놓친 이들의 선택지’로 여겨지던 결혼정보회사가 빠르게 주류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23세 여성도 ‘결정사’ 찾는 시대

서울 역삼동의 한 결혼정보회사 상담 매니저는 “여성은 23세부터 가입하러 온다”고 말했다. 청담동 B사에서도 1998년생부터 2001년생까지 여성 회원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성평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결혼중개업체는 779곳으로, 2023년 742곳, 2024년 769곳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삼성카드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024년 대비 18.5%, 이용 회원 수는 13.5% 늘었으며, 2023년과 비교하면 각각 22.5%, 14.0% 증가한 수치다.

결혼정보업체로 전락" 대전시 청년만남 사업 잇단 비판 | 연합뉴스
결혼정보업체로 전락” 대전시 청년만남 사업 잇단 비판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업계 1위 듀오의 지난해 매출은 483억6917만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280억원대에서 출발해 6년 연속 연평균 약 12%씩 성장한 수치로, 결혼정보 시장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구조적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조건이 맞아야 사랑이 시작된다’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2030세대의 논리는 명확하다. 약사 A씨(29)는 “연애의 목적은 결혼인데, 조건이 맞지 않는 상대에게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28)는 “계층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건이 맞아야 사랑을 시작할 수 있고, 미리 걸러주는 점에서 결혼정보회사가 편하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치열한 입시와 취업 경쟁을 거쳐온 젊은 세대에게는 결혼에서도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동하고 있다”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조건 맞는 상대를 찾겠다는 심리가 시장 성장의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집값과 경직된 계층 구조가 결혼 선택에서 소득·자산 같은 현실적 조건의 무게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단독]"결혼정보회사 회비마저 오르네"…듀오, 가입비 최대 17% 인상 - 뉴스1
단독]”결혼정보회사 회비마저 오르네”…듀오, 가입비 최대 17% 인상 – 뉴스1 / 뉴스1

가입비 200만원부터 성혼비 8000만원까지

2030세대 유입이 급증하며 결혼정보 시장도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다. 일반 결혼정보회사의 5회 만남 기준 가입비는 200만원대 후반에서 300만원대 초반이지만, 노블레스 업체의 경우 480만원부터 1680만원까지 상품이 다양하고, VVIP 프로그램은 성혼 시 8000만원을 받는 구조다.

전문직·대기업 직장인 전용, 크리스천 전용, 강남 특정 단지 거주자 전용 업체까지 등장하며 서비스는 소개를 넘어 종합 컨설팅으로 진화하고 있다. 맞선 전 코디 상담부터 대화 태도·매너 코칭까지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으며, 부모가 자녀 대신 가입비를 내는 사례도 증가해 60대의 결혼정보회사 이용금액은 2022년 대비 39.4% 급증했다.

SNS에서는 ‘#결정사’ 해시태그 게시물이 1만8000건을 넘고, 결혼정보 관련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40만 명대를 확보하며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인식을 빠르게 정상화시키고 있다. ‘사랑보다 조건’을 먼저 따지는 세대의 등장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경쟁과 불평등이 심화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투영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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