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중에 골라라”… ’37조’ 날아가는 상황, 유독 한국만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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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선박 37조 화물 봉쇄
미국, 한국에 ‘지원 청구서’ 전망
이란 국교·에너지 의존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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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호르무즈 해협에 약 1000척의 선박이 발이 묶였다. 선적 화물 가치만 250억 달러, 우리 돈 37조원 규모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일주일 넘게 이란이 해상 봉쇄와 유조선 공격으로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이 한국에 ‘지원 청구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핵심에 청해부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란은 오늘 매우 강렬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공세 확대를 시사했다.

지상군 투입 여부를 묻는 질문엔 “적절한 질문이 아니다”며 답을 피했지만, 미 육군 82공수사단이 루이지애나 훈련을 돌연 취소하고 사령부 인원에게 본부 대기 명령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상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4000~5000명 규모의 82공수사단은 2020년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 제거 작전 당시 바그다드 대사관 경비를 맡았고, 2021년 아프간 철수 작전에도 투입된 즉각 대응 전력이다.

미국의 중동 작전이 확대되면 동맹국에 대한 지원 요청도 본격화한다. 한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전, 아프간전 등 미국의 주요 중동 작전마다 비전투 분야 파병으로 응답해왔다. 이번엔 어떤 ‘청구서’가 날아올까.

청해부대, 호르무즈 작전 투입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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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 출처 : 연합뉴스

국방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나리오는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작전 투입이다.

현재 아덴만에서 해적 대응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약 300명, 구축함 1척)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시켜 선박 보호와 해상 수송로 안정화 임무에 투입하는 방안이다.

이 시나리오는 비전투 분야 지원이라는 한국의 기존 원칙과도 부합하고, 해군 작전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유럽 동맹국들에게 공군기지 이용 허가 등 간접 지원을 요청하며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지원을 거부한 영국과 스페인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청해부대 투입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한국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과 국교를 유지하고 있다.

청해부대가 미국의 작전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이란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에너지 수급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선박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되, 미군과의 직접적 합동 작전은 피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무기체계, 이미 중동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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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 출처 : 연합뉴스

청해부대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주한미군의 무기체계다. 미국은 이미 주한미군의 유도폭탄과 일부 방공무기체계를 중동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작전 보안상 특정 군 자산의 이동을 언급할 수 없다”고 답했지만, 복수의 국방 소식통은 “해상·공중 포격이 이어지면서 탄약 소진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에 대한 무기체계 지원 요청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이자 방산 강국으로, 특히 155mm 포탄과 천궁 방공체계 등은 중동 작전에 즉각 투입 가능한 전력이다.

문제는 한국군의 자체 전력 유지와 동맹 지원 사이의 균형이다. 북한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무분별한 무기 지원은 자체 안보에 공백을 만들 수 있다.

러시아가 미군 주요 자산의 위치 정보를 이란에 제공하며 후방 지원하고 있다는 정보도 변수다.

이란이 버티기식 방어·지연 전략을 구사하며 전쟁을 장기화시킬 경우, 미국의 탄약 소모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동맹국에 대한 군수 지원 압박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 ‘제한적 지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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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발생한 이란 테헤란 건물 / 출처 :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으로부터 군사적·비군사적 지원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아직’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간전 등에서 한국은 미국의 요청에 의료지원단, 재건 부대 등을 파병해왔다. 이번에도 요청이 들어올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국방 전문가들은 한국이 석유 의존도와 이란 국교를 고려해 과거보다 더 제한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작전 투입은 비교적 가능성이 높지만, 병력 파병은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의료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 등 비전투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력하다.

중동 사태는 한국에게 에너지 안보와 동맹 관계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던졌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여부, 전쟁의 장기화 정도, 이란의 대응 전략에 따라 한국에 대한 지원 압박 수위도 달라질 것이다.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최소한의 지원으로 동맹 의무를 다하는 줄타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37조원 규모의 화물처럼, 한국의 선택지도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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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우리도 제한적일지라도 참전해야 한다. 소탐대실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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