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이란의 지하 미사일 요새가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
지상 노출 없이는 발사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란이 자랑해 온 ‘미사일 도시’ 전략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최근 4일간 이란의 미사일 발사 횟수가 86% 감소했다고 밝혔다. 2월 28일 첫 공습 개시 이후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미사일·발사대·드론 수백 기를 파괴한 결과다.
민간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이 3월 1~3일 촬영한 영상에는 지하 미사일 기지 입구 인근 잔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 표적이 된다
이란의 지하 미사일 기지는 테헤란 인근, 걸프만 지역, 서부 케르만샤, 북부 셈난 등에 최소 5개 이상 분포한다. 겉으로는 철통 요새처럼 보이지만, 결정적 약점이 있다.
지하에 보관된 미사일은 발사를 위해 반드시 지상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이란은 지하 시설에서 직접 발사하는 방식을 대부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일로(지하 격납고)를 반복 재사용하기도 어렵다. 결국 미사일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 발사대가 노출되고, 대기 중인 전투기와 무인기(UAV)의 즉각 타격을 받는 구조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습 개시 이후 이란 지하 미사일 기지 상공에 저속 정찰기를 상시 배치해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각 전투기와 UAV를 투입하는 킬체인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3월 1일에는 이란 북부 타브리즈 인근 지하 미사일 기지의 터널 입구가 붕괴된 정황이 포착됐고, 코르고·하지 아바드·잠 인근 남부 기지 세 곳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간 축적한 정보가 판도를 바꿨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렇게 정확히 타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년간 축적된 정보력이 있다. 지상 건물, 도로, 터널 입구 등은 상업용 위성사진으로도 식별이 가능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 수단을 통해 기지 위치를 이미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샘 레어 연구원은 “과거에는 이동이 가능하고 찾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이동이 제한되고 타격은 더 쉬워졌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2025년 6월 기준 약 3,000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12일간의 전쟁에서 약 500발을 소진했고, 현재는 2,000기 이상이 잔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질(사거리 2,500km), 케이바르(사거리 2,000km) 등 이스라엘까지 도달 가능한 전략 미사일들이 포함돼 있다. 이란의 월간 생산 능력은 50기 미만으로 추정되며, 파괴된 발사대를 보충하는 것은 미사일 자체보다 훨씬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위협…최후 수단은 남아 있나
그렇다고 이란의 미사일 위협이 완전히 소멸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은 중·단거리 미사일 상당수가 여전히 지하 기지에 잔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란 군부는 파괴된 미사일을 생산으로 빠르게 보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정권 위기에 대비해 장거리 미사일을 최후 수단으로 남겨뒀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미국 국가정보국(ODNI)조차 이란의 정확한 미사일 비축량과 생산 역량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수십 년간 ‘난공불락’의 요새로 설계된 이란의 미사일 도시 전략은 지금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상 노출이 불가피한 발사 구조, 위성사진으로 파악 가능한 시설 위치,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요한 정보 축적이 맞물리면서 이란의 전략적 억지력은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앞으로의 전황은 이란이 최후의 카드를 언제, 어떻게 꺼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