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올해 안보 관련 예산을 약 98조 원(10조 6천억 엔) 규모로 확정하며 사실상 전후 최대 군비 팽창을 공식화했다. 한국의 2025년도 국방예산이 약 61조 5,878억 원임을 감안하면, 두 나라 사이에는 약 36조 원이라는 전례 없는 격차가 단번에 벌어지게 됐다.
이번 예산은 방위성 순수 예산 9조 엔에 해상 보안 및 공공 인프라 정비 비용 1조 6천억 엔을 더한 수치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이를 2022년 GDP 기준 약 1.9% 수준이라고 밝히며, 일본 정부의 숙원인 ‘GDP 2% 방위비’ 달성이 2027회계연도에 실현될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속도다.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43조 엔, 우리 돈 약 400조 원에 달하는 방위비를 투입하는 중장기 계획을 이미 가동 중이다.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은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평화헌법을 넘어선 ‘반격 능력’ 확보
다카이치 정권은 ‘강한 일본’을 기치로 적 기지 공격 능력, 이른바 반격 능력 확보와 장거리 순항미사일 대량 도입을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안에 3대 안보 문서를 재개정해 방위력 정비 계획의 규모를 한층 더 키우겠다는 방침도 굳힌 상태다.
특히 사거리 1,000km 이상의 장거리 타격 무기를 다량 실전 배치하는 계획은 자위대의 작전 범위를 한반도는 물론 동중국해 전역으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 건조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집중 투자가 가능한 구조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강한 반발, 그리고 야스쿠니의 그림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일본의 방위비 사상 최고치 경신에 대해 군국주의와 철저히 단절할 것을 촉구하며, 재군사화가 지역 안보에 심각한 재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에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도 주변국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서해와 동중국해 일대에서 해군 활동을 본격 강화할 경우, 한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과 중국의 압박 사이에서 훨씬 까다로운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갈등이 아닌, 한국의 안보 전략 전반을 흔드는 변수다.
한국, 북한에 이어 일본이라는 ‘또 다른 청구서’
한국과 일본의 예산 구조를 들여다보면 격차의 질적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 한국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 대응과 병력 유지 비용에 예산의 상당 부분을 소비해야 하는 반면, 일본은 급증한 예산 전부를 차세대 첨단 타격 자산 확충에 집중 투입할 수 있다. 이 구조적 비대칭이 누적될수록 양국 간 전력 격차는 수치 이상으로 벌어지게 된다.
압도적인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의 군사 대국화가 현실화되는 속도는 한국군의 중장기 전력 증강 계획이 수립된 시점의 전략 환경과는 이미 다른 차원에 와 있다. 북한의 핵 위협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 한국이 뒤에서 맹렬하게 덩치를 키우는 일본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어떻게 전략에 반영할 것인지, 군 당국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진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