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갈 돈이면 차라리 일본 간다.” 한때 농담처럼 오가던 이 말이 2026년 1분기 공식 통계로 현실화됐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312만 명을 돌파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5.3% 급감했다.
두 숫자가 만들어내는 간극은 단순한 여행 트렌드의 이동이 아니라, 국내 관광 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이다.

860원 환율이 뒤집은 가성비 지도
이번 대이동의 핵심 동력은 100엔당 860원대에 고착된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다. 환율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항공권을 더해도 일본 소도시 여행이 제주도보다 저렴한 역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3박 4일 일정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도쿄나 오사카의 비즈니스호텔 숙박비와 와규 외식비를 합산한 비용이 제주도 렌터카 비용과 흑돼지 식당비를 합산한 비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게 책정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의 고질적인 바가지요금 논란이 더해지면서 스마트 소비에 민감한 2030세대와 가족 단위 관광객이 일제히 여권을 꺼내 들었다.
국내 주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수익성이 낮아진 제주 노선을 축소하는 대신 다카마쓰, 마쓰야마 등 일본 지방 소도시로 향하는 직항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접근성의 격차까지 벌려놓고 있다.

제주 상권의 민낯… 빈 가게와 떠나는 렌터카
여행객의 대이동은 제주 관광 생태계에 직격탄이 됐다. 내국인 수요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렌터카 업체들과 중저가 호텔들은 가동률이 급락하며 줄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
빈 상가와 점포가 늘어나는 제주 시내 골목에서는 과거 중국 자본이 헐값에 상권을 잠식했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도는 이에 대응해 럭셔리 패키지 공급 확대와 대규모 숙박 세일 페스타를 통한 가격 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바가지요금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관광객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