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명씩 군복 벗는다”…숙련 조종사 9년 896명 이탈, 공군 ‘밑 빠진 독’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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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전투기가 활주로에 늘어서고 있지만, 정작 조종석은 비어가고 있다. 2017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 9년간 공군 숙련 조종사 896명이 자발적으로 전역해 민간 항공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년 약 100명의 전문 인력이 군을 등진 셈이다.

이탈 인원 중 730명(81.5%)이 전투기 조종사였다. 수송기(148명)나 헬리콥터(18명) 조종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국방의 최전선을 담당해야 할 핵심 전력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행선지는 대한항공 622명(69.4%), 아시아나항공 147명(16.4%), 저비용항공사(LCC) 103명(11.5%) 순으로 나타났다.

공군 조종사 10년 유출
공군 조종사 10년 유출 / 연합뉴스

이 사태가 단순한 인력 유출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는 한국 공군이 KF-21 보라매의 본격 전력화와 F-35A 추가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장비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이를 운용할 조종사 기반은 오히려 무너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연봉 3억 vs 1억…애국심으로 메울 수 없는 격차

이탈의 근본 원인은 좁힐 수 없는 처우 격차다. 공군 숙련 조종사는 계급과 각종 비행 수당을 합산해도 연봉이 대체로 1억 원 안팎에 머문다. 전역 후 부기장으로 출발하면 8천만~1억 원대로 큰 차이가 없지만, 기장으로 승격한 순간 판도가 완전히 바뀐다.

전력 확장과 인력 한계
전력 확장과 인력 한계 / 연합뉴스

국내 대형항공사 기장은 경력과 운항 기종에 따라 1억 5천만 원에서 최대 3억 원대 연봉을 받는다. 장거리 대형기 고경력 기장의 경우 그 이상도 가능한 구조다. 결과적으로 민항 기장으로 안착하면 군 복무 때보다 연봉이 최소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벌어지게 된다.

국가가 수십억 투자해 키운 조종사, 민항사가 거둬간다

더 뼈아픈 것은 이 구조가 곧 세금 낭비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공군이 숙련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F-35A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61억 7천만 원에 달한다. F-15K는 26억 7천만 원, KF-16은 18억 4천만 원, FA-50은 14억 8천만 원이 각각 투입된다.

연봉 격차와 이탈
연봉 격차와 이탈 / 뉴스1

이탈 인원 896명에 기종별 평균 양성 비용을 대입하면 국방력 손실 규모는 수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최정예 조종사를 육성해 놓으면, 민항사가 높은 연봉을 앞세워 손쉽게 데려가는 이른바 ‘밑 빠진 독’ 현상이 9년째 반복되고 있다.

KF-21 전력화 직전, 최악의 타이밍

공군은 현재 국산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양산과 전력화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기종이 도입될수록 숙련 조종사 수요는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공급은 오히려 줄어드는 최악의 타이밍이 맞물린 것이다.

장비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되 정작 이를 운용하는 인력 처우 개선에는 소극적인 현 구조가 지속된다면, KF-21과 F-35A 편대가 아무리 늘어도 실질 전투력은 서류 위에만 존재하게 될 수 있다. 하늘의 방패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막으려면 조종사를 붙잡는 일이 전투기 한 대를 더 도입하는 것만큼 시급한 국방 과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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