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카이치에 대만 발언 수위 낮추라 조언
일본 정부 “외교상 대화” 답변 회피
미일 동맹 균열 가능성에 일본 내 불안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일 동맹의 결속력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본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미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다카이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만 관련 발언의 강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회담의 상세한 내용은 외교상 대화이므로 답변을 자제하겠다”며 사실상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시진핑 통화 후 다카이치에 전화…무역 우선 전략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은 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약 1시간 통화한 직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절반가량의 시간을 대만 문제에 할애하며 “대만의 중국 귀환은 전후 국제 질서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서 그 성과를 함께 수호해야 한다”며 일본을 겨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대만 문제가 중국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우선시하면서 동맹국 일본의 안보 우려보다 경제적 실익을 앞세웠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중국은 양국 정상 통화 이후 3억 달러(약 4400억원) 상당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다.
미일 동맹의 핵심 시험대…집단적 자위권 행사 논란

이번 사태는 미일 안보 협력의 핵심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를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존립위기 사태는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개정된 안보 법제에서 일본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3가지 조건 중 하나다.
그러나 미국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일본 방위 공약은 확고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 토미 피곳 수석 부대변인은 20일 “일본이 관할하는 센카쿠 열도를 포함해 미일 동맹과 일본 방위에 대한 공약은 확고하다”고 밝혔지만,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일본 내 불안 확산…”동맹 신뢰 흔들려”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서 동맹인 일본을 명확히 지지하지 않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에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사이에 사태 진정화를 위해 협력해 가자는 뉘앙스의 이야기는 있었다”며 “자제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우려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을 방치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매튜 굿먼 외교관계위원회(CFR) 지리경제학 연구원은 “통화 순서가 흥미롭고 일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중단 등 경제 보복 카드를 잇달아 꺼내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대만 문제에 무력 개입할 경우 “단호히 반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들은 중국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동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전투태세를 과시해왔다.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축으로 평가받아왔지만, 이번 사태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동맹국의 안보 우려를 뒷전으로 밀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