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째 평양에 묶인 미 해군 함정”…러 내무장관이 푸에블로호 직접 참관, 北러 연대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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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공식 명부에 지금도 ‘현역 함정’으로 등재된 배가 있다. 1968년 1월 북한에 나포된 이후 한 번도 돌아오지 못한 906톤급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다. 58년이 지난 지금, 이 배가 북·러 반미 연대의 상징 무대로 다시 소환됐다.

2026년 4월,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러시아 내무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고위 대표단이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보통강변에 정박한 푸에블로호를 직접 참관했으며, 이 장면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북한과의 전략적 밀착을 과시하는 가장 상징적인 장소로 이 함정을 선택한 것은 외교적 계산이 깔린 행보로 읽힌다.

12노트 대 55노트, 처음부터 승산 없던 싸움

1968년 1월 23일, 푸에블로호는 원산 앞 공해상에서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의 포위 작전에 걸려들었다. 최고 속도 12노트에 불과했던 이 함정 앞에 55노트로 질주하는 북한 어뢰정 4척과 구잠함이 등장했고, 물리적 탈출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북한, '푸에블로호 나포' 재조명…미국 핵항모 위협
북한, ‘푸에블로호 나포’ 재조명…미국 핵항모 위협 / 연합뉴스

무장이라곤 기관총 몇 정이 전부였던 푸에블로호는 교전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나포됐다. 이 과정에서 승조원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82명이 생포돼 11개월간 억류됐다.

미국 해군 역사에서 100여 년 만의 첫 피랍 사건이라는 기록은 당시 베트남전 수렁에 빠져 있던 존슨 행정부에 치명적인 외교·군사적 타격을 안겼다.

항모 전개도 소용없었던 굴욕 협상

워싱턴은 즉각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를 동해에 전개하며 무력시위에 나섰지만, 승조원 송환이라는 현실적 목표 앞에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미국은 북한의 영해 침범 주장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문서에 서명했고, 82명은 1968년 12월 23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2022년 미국 연방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23억 달러, 우리 돈 약 3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배상은 물론 함정 반환도 이뤄지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北, 55년 전 美 푸에블로호 나포 상기하며…"미국은 교훈 잊지 마라" - 뉴스1
北, 55년 전 美 푸에블로호 나포 상기하며…”미국은 교훈 잊지 마라” – 뉴스1 / 뉴스1

나포 직후 원산항에 묶여 있던 푸에블로호는 199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평양 보통강변으로 이전됐다. 단순한 전리품에서 체제 선전의 가장 강력한 조형물로 격상된 것이다.

냉전이 뒤집혔다…이제 러시아가 안내받는 입장

냉전 시절 소련의 군사 지원을 받아온 북한이 이제는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향해 미국의 실패를 증명하는 배를 자랑스럽게 안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지정학적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의 압박을 받는 러시아 입장에서 이번 방문은 단순한 우호 방문 이상의 메시지를 담는다. 반미 정서를 공유하는 두 국가가 가장 상징적인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연대를 과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푸에블로호의 반환을 지속 요구하고 있으며,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이 배는 협상 테이블의 이색 카드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58년째 평양 강변에 묶인 미 해군 함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있는 외교 변수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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