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방위비 압박과 대북 정보 공유 마찰이 불거지자, 중국 관영매체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자주국방을 응원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미 결속을 허물려는 정교한 심리전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4월 24일,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잔더빈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조선반도연구센터 주임이 관영 환구시보에 기고문을 올렸다. 그는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이 “혈맹의 포장지를 벗고 이익 계산 중심의 거래적 관계로 전환되었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동맹의 성격이 실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미국은 일본에 GDP의 3.5%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방위비 분담 증액을 반복 요구하고 있다.

방위비 청구서로 벌어진 균열
잔 주임은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와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논란을 동시에 거론하며, 한미동맹을 지탱해 온 신뢰 기반이 뚜렷하게 손상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4월 이란 대응에 비협조적인 나토 회원국에 주둔한 미군 재배치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단순한 말뿐인 압박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잔 주임은 한국이 미국의 안보 공급에만 의존할 경우 구조적 딜레마에 갇혀 반복적으로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동맹 파동을 전략적 기회로 삼아 자주국방을 완비하고 탄력적인 외교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율성 응원 뒤에 숨은 진짜 의도
그러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주장이 전형적인 ‘프레임 씌우기’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이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포함한 3축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KF-21 전투기와 K2 전차 등 첨단 무기체계의 자립화를 달성해 역내에서 상당한 수준의 자체 억지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가 굳이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한국을 한미일 삼각 안보 공조망에서 이탈시키려는 명분 쌓기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맹의 신뢰가 흔들리는 시점을 정확히 겨냥해 여론전을 전개함으로써, 베이징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한미일 결속에 쐐기를 박으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전략적 자율성, 어디까지가 진짜인가
이번 여론전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안보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외교 수사로 넘기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현실인 만큼, 한국이 방위력 자립을 강화하는 것 자체는 타당한 방향이지만, 그 논리가 중국의 여론전 구도에 포획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방위비 청구서와 미국의 변심 가능성을 자극하는 이번 환구시보의 기고는, 스스로를 지킬 힘을 키우라는 선의의 조언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결속을 가장 껄끄러워하는 베이징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결과다. 한국이 자주국방을 강화하되 동맹 구조를 훼손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국의 여론전에 흔들리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