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앞둔 동료를 위해 연차를 배려하고, 1인당 10만 원에서 15만 원의 축의금을 건넸다. 2주간 이어진 유럽 신혼여행 동안 야근을 자처하며 업무 공백까지 메웠다.
팀원들이 돌려받은 것은 복귀 하루 전날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퇴사 통보 메시지 한 줄이었다.
‘얌체 타임라인’의 공식화…피해자만 늘어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이른바 ‘축의금 먹튀’ 사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입사 직후 결혼 소식을 알리며 청첩장을 돌리고, 결혼 휴가와 신혼여행 혜택을 챙긴 뒤 축의금 입금을 확인하자마자 퇴사하는 패턴이 하나의 공식처럼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를 호소한 40대 과장 C씨의 사례는 이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부서 팀원 전원이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을 건넸고, 신혼여행 2주 동안 야근을 감수하며 후배의 업무를 분담했다. 그러나 후배 직원은 복귀 전날 밤 “신혼집에서 통근이 너무 멀어 퇴사를 결정했다”는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카톡방을 나가버렸다.

법적 반환 청구 불가…’증여’라는 법의 벽
더욱 허탈한 것은 이 상황을 법적으로 바로잡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경조사비는 민법상 무상으로 재산을 수여하는 ‘증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돈을 건넨 쪽이 임의로 반환을 청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사기죄 성립 역시 쉽지 않다. 처음부터 축의금만 가로챌 목적으로 결혼 사실을 속이는 등 명백한 기망 행위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를 증명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피해자들은 법의 보호도, 금전적 구제도 받지 못한 채 허탈감만 안게 된다.
항의 문자를 보낸 팀원에게 후배가 돌려보낸 답장은 이 씁쓸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축의금은 결혼을 축하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준 것 아니냐, 퇴사와 결부 짓는 건 서운하다”는 적반하장식 답변이었다.

인류애 상실…축의금 문화 자체가 흔들린다
직장인들의 분노는 단순히 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진짜 축하해 주고 싶은 동료에게도 봉투 내기가 꺼려진다”는 반응이 커뮤니티에 쏟아지며, 직장 내 경조사 문화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방송에서도 직장 동료 축의금 기준을 5만 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축의금 규범 자체를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카톡 퇴사와 축의금 논란을 둘러싼 비판이 커뮤니티 전반으로 확산되는 현실은, 직장 내 신뢰 자본이 얼마나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의 이기적 선택 하나가 조직 전체의 유대와 문화를 잠식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직장 내 갈등을 넘어 사회적 연대의 균열을 드러내는 신호로 읽힌다.
법도 막지 못하고 도덕도 통하지 않는 이른바 ‘오피스 빌런’의 등장은, 한국 직장 문화가 개인주의와 공동체 의식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축의금 한 장을 둘러싼 이 논란이 불편한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그 답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