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러시아가 5년 단위의 중장기 군사협력 계획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양국 간 이 같은 중장기 군사협력 계획을 문서화해 운영한 전례는 현재까지 없었다. 이번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북러 관계는 사실상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셈이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26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벨로우소프 장관은 2027~2031년 북러 상호 군사협력 계획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 방북은 쿠르스크 파병기념관 준공식 참석이 공식 명분이었지만, 실제 무게중심은 군사협력 제도화 논의에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까지 동행한 고위급 대표단 구성 자체가 이번 방북의 전략적 성격을 드러낸다.

전례 없는 5개년 계획, 무엇을 담나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두진호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양국 간 신뢰가 크기 때문에 1~2년이 아닌 5년을 제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연합 군사 연습과 훈련이 포함돼 있을 것이고, 전략적 소통, 고위급 교류, 군부대 교류, 교육 교류 방안 등이 전반적으로 망라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인 협력 내용으로는 합동 군사훈련, 방산 협력, 무기 공동생산, 병력 교류 확대 등이 거론된다. 과거 단기 위주로 진행되던 협력 방식과 달리, 5년이라는 단위는 양국이 군사협력을 구조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조선중앙통신의 ‘침묵’이 의미하는 것
주목할 점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벨로우소프 장관의 구체적 제안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측 보도에서는 명시적으로 언급된 5개년 계획이 북측 발표에선 빠졌다는 것은, 공식 확정 전 단계에서의 신중함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도 “러시아 측 보도를 함께 주시하면서 북러 간 군사협력 동향을 살펴보겠다”며 확인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양측 발표 간 온도차가 존재하지만, 러시아 국방장관이 직접 평양에서 발언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신뢰도는 높다.
‘제도적 동맹’으로의 진화, 한반도 함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이번 움직임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를 대비한 포석”으로 분석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전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과 통합이 가속화되는 ‘제도적 동맹’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러 군사협력이 전시(戰時) 임시 협력에서 벗어나 항구적 동맹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한국·일본 3각 연대에 맞서는 러-북 축의 구조화가 현실로 굳어질 경우, 한반도 안보 방정식은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변수를 안게 된다.
북러 5개년 군사협력 계획은 아직 공식 체결 전 단계지만, 제안 자체만으로도 양국 관계의 질적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로 읽힌다. 전례 없는 중장기 군사 문서화 시도가 실제 서명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